행복 45

다시 아침 / 도종환

다시 아침 / 도종환 내게서 나간 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진 날은 돌아와 빗자루로 방을 쓴다 떨어져 나가고 흩어진 것들을 천천히 쓰레받기에 담는다 요란한 행사장에서 명함을 잔뜩 받아온 날은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 찬물에 차르를 차르를 씻겨나가는 뽀얀 소리를 듣는다 앞차를 쫓아가듯 하루를 보내고 온 날은 초록에 물을 준다 꽃잎이 자라는 속도를 한참씩 바라본다 다투고 대립하고 각을 세웠던 날은 건조대에 널린 빨래와 양말을 갠다 수건과 내복을 판판하게 접으며 음악을 듣는다 가느다란 선율이 링거액처럼 몸 속으로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걸 느끼며 눈을 감는다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페달로 뒷바퀴를 돌리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핸들로 앞바퀴의 방향을 정하고,,,, 앞으로 가는 것은 눈으로..

2023.07.20

동행

풀잎 스친 바람에도 행복하라/ 이채 정직하면 손해 보고 착하면 무시당하는 것이 세상인심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정직하라 뿌린다고 다 열매가 아니듯 열심히 산다고 반드시 잘 사는 것도 아닐 테니 이 또한 세상살이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감사하라 사랑은 흔해도 진실은 드물고 사람은 많아도 가슴이 없을 때 산다는 건 얼마나 고독한 일인가 그럼에도 사랑하라 살아온 날은 고단하고 살아갈 날은 아득해도 사람아, 그럼에도 사람아 풀잎 스친 바람에도 행복하라 40년 전에는 조금은 작아 보였던 나무 입니다 모르고 지났던 행복이 생각납니다 내가 행복할 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때,,,, 더욱 행복하답니다 길 위에서 느끼는 기쁨도, 추억도,,,, 삶에서 가장 큰 선물입니다

2023.06.25

아름다운 꿈을 지녀라/ 릴케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것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먼 곳을 바라보며 미래 속에 잠긴 꿈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우리는 현재보다 좀 더 아름다운 것을 바라고 좀 더 보람 있는 것을 바란다. 먼지 낀 현실에 살면서 먼지 없는 꿈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다. 만일 우리에게 맑고 고운 꿈이 없다면 무엇으로 때 묻은 이 현실을 씻어내면서 살아갈 것인가 ? 아름다운 꿈을 지녀라. 그리하면 때 묻은 오늘의 현실이 순화되고 정화될 수 있다. 먼 꿈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그 마음에 끼는 때를 씻어 나가는 것이 곧 생활이다. 아니, 그것이 생활의 고난을 이기고 나아가는 힘이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싸움이며 기쁨이다. --- 아름다운 꿈을 지녀라/ 릴케 ---

2023.06.16

햇빛은 보리밭에 / 나태주

햇빛은 보리밭에 / 나태주 햇빛은 보리밭에 내려 초록의 햇빛이 되고 목련꽃 위에선 순백의 햇빛이 되고 개나리 위에 내려선 샛노란 햇빛이 된다 내 마음에 내린 햇빛은 무슨 빛깔일까? 밤에 빗소리 성기니 좋습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 행복입니다 제 맘이 요상하여, 가끔은 아품도 드리지만 같이 함께 풋풋한 보리밭에 서면 행복합니다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023.05.04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봉오리를 열어 자신이 봄이 되려고 하는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당신이 계셔서 힘이 되고' 당신이 계셔서 위로가 되고, 당신이 주시는 사랑으로 행복했습니다 어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2023.02.12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 박노해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 박노해 나의 행복은 비교를 모르는 것 나의 불행은 남과 비교하는것​ ​ 이 광할한 우주에 하나뿐인 나는 오직 하나의 비교만이 있을 뿐​ ​ 어제의 나보다 더 좋아지고 있는가 어제의 나보다 내가 되고 있는가​ ​ 나의 불행은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울고 웃는것​ ​ 나의 행복은 덧없는 비교에서 자유로와지는 것 ​ ​비 내리는 날 저녁, 켐핑장에서 라면,,,, 초대가 감사하고 함께 함이 무엇보다 행복했던 날 입니다 참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2022.11.27

등불, 등燈 / 성선경

등불, 등燈 / 성선경 우리집 골목에는 가로등을 끄는 요정이 있어 아침 신문이 배달될 때쯤이면 찰칵, 가로등을 끄지 내가 막 저녁 식사를 끝내고 옥상에 올라 별점을 치는 순간 찰칵, 가로등을 켜듯이 나는 늘 가로등을 켜는 요정을 기다렸으나 늘 내가 잠시 넔을 놓은 시간에 다녀가지 살면서 우리가 늘 세상이 어두워 길을 잃었을 때 무릎을 꿇고 등불을 켜는 요정이 나타나기를 빌지 그때마다 어디선가 등불을 켜는 요정이 나타나 반짝, 하고 우리 앞에 환한 등불을 켜고는 그림자도 없이 요정은 사라지지 그래서 나는 늘 요정의 그림자도 볼 수 없지만 저 환한 등불이 요정의 그림자라 생각하지 내 그림자와 요정의 그림자는 서로 달라 내 그림자는 어둡고 요정의 그림자는 밝지 오늘 아침에도 그래. 내가 아침잠을 털고 일어나 ..

2022.11.15

진짜 행복 / 유지나

진짜 행복 / 유지나 살아보니 평범한 일상이 가장 좋은거더라 특별한 일도 좋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이 더 기쁨이더라 대단한 일도 좋지만 하루만큼의 보람과 하루만큼의 즐거움만 있으면 그게 더 감사하더라 선물같은 날도 좋지만 건강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이 그게 진짜 행복이더라 행복은 꼭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되더라 일상에서 즐겁다고,,,, 행복하다고,,,, 마음에 담으면 더 행복해지는 것 실천하는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2022.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