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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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등燈 / 성선경삶 2022. 11. 15. 22:06
등불, 등燈 / 성선경 우리집 골목에는 가로등을 끄는 요정이 있어 아침 신문이 배달될 때쯤이면 찰칵, 가로등을 끄지 내가 막 저녁 식사를 끝내고 옥상에 올라 별점을 치는 순간 찰칵, 가로등을 켜듯이 나는 늘 가로등을 켜는 요정을 기다렸으나 늘 내가 잠시 넔을 놓은 시간에 다녀가지 살면서 우리가 늘 세상이 어두워 길을 잃었을 때 무릎을 꿇고 등불을 켜는 요정이 나타나기를 빌지 그때마다 어디선가 등불을 켜는 요정이 나타나 반짝, 하고 우리 앞에 환한 등불을 켜고는 그림자도 없이 요정은 사라지지 그래서 나는 늘 요정의 그림자도 볼 수 없지만 저 환한 등불이 요정의 그림자라 생각하지 내 그림자와 요정의 그림자는 서로 달라 내 그림자는 어둡고 요정의 그림자는 밝지 오늘 아침에도 그래. 내가 아침잠을 털고 일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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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문정희산 2022. 7. 10. 06:41
먼 길 / 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한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를 발음해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여름 무더위와 습도는 산행에 인내를 줍니다 산꿩다리가 핀 천불동 계곡에서 놀았습니다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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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삶 2022. 6. 25. 11:13
들풀 /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세상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 부르다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좋은 세상, 살아 있음이 좋습니다 끈적이는 날씨에 한줄기 바람도 감사합니다 지난 삶에서 순간 순간을 선택하고, 지켜온 오늘이 내 삶의 결산임을 생각해봅니다 행복한 순간을 버리지 마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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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 법정스님산 2022. 6. 6. 06:02
명상 / 법정스님 명상은 조용히 지켜보는 일이다. 사물의 실상을 지켜보고 내면의 흐름을, 생각의 실상을 고요히 지켜보는 일이다. 보리달마는 "마음을 살피는 한 가지 일이 모든 현상을 거두워들인다"고 했다. 지식은 기억으로 부터 온다. 그러나 지혜는 명상으로부터 온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움튼다. 안으로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일 이것을 일과 삼아 해야 한다. 모든 것이 최초의 한 생각에서 싹튼다. 이 최초의 한 생각을 지켜보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이다. 안으로 충만해지려면 맑고 투명한 자신의 내면을 무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명상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훈련이다. 명상은 절에서, 선방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활짝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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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에,,,삶 2022. 5. 8. 07:18
저의 공간을 찿아주시는 가족님 ! 오늘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공경과 사랑을 깊이 새기는 어버이날 입니다. 미국은 1934년 루스벨트대통령이 어머니날을 공휴일로 지정, 대한민국은 1956년 5월8일부터 어머니날로 기념 해오다, 1973년 기념일에 관한 법령에 따라, 법정기념일 어버이날로 확대, 제정하여, 부모와 노인공경 등을 아우르는 효행의 미덕을 강조한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항상 지켜주셨지만 그 감사함을 표현하지 못했고, 항상 사랑으로 아껴주셨지만 사랑한다는 표현도 못했으며, 따스한 말씀과 변함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부모님과 가족, 이웃에게 마음을 전하는 날 되시길 소망합니다. 저에겐 여러분과의 만남이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고 빛나는 삶이었습니다. 씨앗은 흙을 만나야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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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두고 싶은 순간 / 박성우삶 2022. 4. 11. 22:48
남겨두고 싶은 순간 / 박성우 시외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는 낡은 슈퍼마켓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살구나무를 두고 있는 작고 예쁜 우체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난 떨며 내세울 만한 게 아니어서 유별나게 더 좋은 소소한 풍경, 슈퍼마켓과 우체국을 끼고 있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아 저기 초승달 옆에 개밥바라기! 집에 거의 다 닿았을 때쯤에야 초저녁 버스정류장에 쇼핑백을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 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나는 곧 체념했다 우연히 통화가 된 형에게 혹시 모르니, 그 정류장에 좀 들러 달라 부탁한 건, 다음날 오후였다 놀랍게도 형은 쇼핑백을 들고 왔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있었다는 쇼핑백, 쇼핑백에 들어있던 물건도 그대로였다 오래 남겨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용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