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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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애상 / 김남조삶 2024. 1. 16. 20:38
겨울 애상 / 김남조 올해 유달리 폭설과 얼음에 뒤덮인 겨울 그래 따뜻해지려고 저마다 기억해 내는 가슴 하나 난파한 바다에서도 가시처럼 못 삼킬 이름 하나 나는 육십 평생을 뭘하며 살았나 내게 와 쉬려고 혹은 영 눈감으려고 먼 세월 되짚어 찾아오는 옛사랑 하나 없으니 죄스러워라 눈과 얼음 덮인 흙의 살결에도 초록액체의 새순들 자랄 것이어늘 사람 한 평생을 허락받아 살면서 어쩌자고 참사랑 하나조차 못 가꾸어 겨울 지나도록 이렇게 혼자 봄이 와도 다시 그 후에도 나는 혼자일 것인가 겨울은 늘 차갑지만은 않습니다 외롭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 기억하고 싶은 시간입니다 늙은 어머니가 다 커서 함께 늙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눈길처럼''' 기억하고 싶은 시간 입니다 계절은 만나려하지 않아도 찿아옵니다 사람도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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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마지막 출근길에서삶 2023. 12. 29. 09:31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 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 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 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 멀리 만년설 봉우리 사이로 희미한 불빛 하나 산 것이다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를 부르는 께로족 청년의 호롱불 하나 이렇게 어둠이 크고 깊은 설산의 밤일지라도 빛은 저 작고 희미한 등불 하나로 충분했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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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생 / 나태주산 2023. 10. 21. 20:02
최고의 인생 / 나태주 날마다 맞이하는 날이지만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 생각하고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여기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인생 하루하루는 최고의 인생이 될 것이다 무더위와 폭풍우는 그만하면 되었다 이제 익어 가라고, 깊어 지라고 가을 햇살이 가만가만 나를 어루 만진다 ---- 박노해의 글 중에서 ---- 멋진 가을이 깊어 갑니다 숲은 숲대로,,,, 들판은 들판대로,,,, 자신의 조건에 최선을 다하여 물들어 갑니다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의 만족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모습이 배움 입니다 만족할 수 있는 것, 참 어렵지만 깊이 깊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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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 박진식삶 2023. 10. 9. 11:08
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 박진식 저녁,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한 소녀의 이야기를 TV에서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저렇게 착하고 여린 열한 살의 소녀가 가엾게도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니 내 눈가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 얼굴 전체에 얼룩이 졌습니다 그런 안쓰러운 내 모습을 본 어머니는 황급히 채널을 돌렸지만 내 얼굴에 펑펑 흐르는 눈물을 나는 닦을 수 조차 없습니다 내 몸에 붙은 손과 팔인데도 마비 때문에 닦을 수 없어 나는 그 눈물을 자꾸만 입 안으로 삼켰습니다 마치 그 아이가 당하고 있는 고통이 내 것인 양 나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렇듯이 나는 흐르는 눈물조차 스스로 닦을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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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행복삶 2023. 10. 7. 14:35
가을하늘 / 정연복 가을하늘은 참 좋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아도 좋고 흰 구름이 여기저기 떠다녀도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깊고 고요한 바다 같다 흰 구름이 많은 하늘은 폭신폭신한 이부자리 같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으면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고 나도 문득 하늘이 된다 누구나 떠나고푼 생각은 담고 살아갑니다 삶 한켠에, 그리움 등도 있구요 무엇을 간절히 바라보며 산다는 것은 참 행복합니다 일단 외롭지 않습니다 가을 하늘처럼,,,, 날마다 익어가는 풍경 아래 서면, 한 해 동안 살아온 살에 의미를 둡니다 지난 시간에서 삶의 궤적을 함께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추억을 넘어서 행복감을 줍니다 저의 시간이 즐겁고, 지치지 마시라 어차피 행복으로 가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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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 박진식산 2023. 10. 1. 10:40
소망 / 박진식 새벽, 겨우 겨우라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햇살을 볼 수 있기를 아무리 천대받는 일이라 할지라도 일을 할 수 있기를 점심에 땀 훔치며 퍼져 버린 라면 한 끼라도 먹을 수 있기를 저녁에는 돌아오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타인에게는 하잘것없는 이 작은 소망이 내게 욕심이라면, 정말 욕심이라면 하느님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부갑상선 기능항진증으로 각피 석회화증'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 명뿐인 불치병으로 온몸이 돌처럼 굳어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 시인의 시 입니다 흐르는 문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란 시에서 시인의 마음을 어렴풋이 읽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면서 ,,,, 나에게 행복을 주신 분들께 감사와 받은 행복을 주변에 나누는 사람으로 사는 것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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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 이해인산 2023. 9. 28. 11:55
한가위 / 이해인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 되어 사랑의 인사를 나누는 추석날 이승과 저승의 가족들이 함께 그리운 날 감사와 용서를 새롭게 배우는 날 하늘과 땅 고향의 산과 강 꽃과 새가 웃으며 달려오네. 힘든 중에도 함께 살아갈 힘을 달님에게 배우며 달빛에 마음을 적시는 우리 고향을 떠날 때쯤은 조금 더 착해진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둥근 달이 되어주는 "추석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이랍니다(체호프) 연휴로 충분한 휴식도 하시고, 사랑 넘치는 시간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