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32

제가 다니는 보리밥 맛집

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이 넓은 세상에서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이 넓은 세상에서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검은 벽의검은 꽃 그림자 같은어두운 향료고독 때문에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이가 시린 한겨울 밤고독 때문에한껏 사랑을 생각하는고독한 여인네와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얼굴을 가리고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불신과 가난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어딘지를 서성이는고독한 남자들과허무와 이별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고독한 여인네와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머리를 수그리고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울면서 눈..

2025.05.04

우산 / 김수환 추기경

우산  / 김수환 추기경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연인이란 비오는 날 우산 속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부부란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우산을 내밀 줄 알면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2024.08.04

정말 아름다운 것 / 이규경

정말 아름다운 것 / 이규경  꽃이 아름다운 것은자기 아름다움을자랑하지 않기 때문이고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잠시 떴다가 사라짐을슬퍼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아름다운 사랑은자기 사랑을자랑하지 않는 사랑이고 정말 아름다운 인생은잠시 머물다 가는 것을슬퍼하지 않는 인생이다.  장거리 출장길에 돌아오면서,   비가  억수로 내리더니 ,무지개를 보았습니다우리의 삶에도 바람부는 날도비가 내리는 날도 있습니다 곧 무지개가 뜨리라 믿습니다

2024.07.24

그해 겨울 나무 / 박노해

그해 겨울 나무 /  박노해​-1-​그해 겨울은 창백했다사람들은 위기의 어깨를 졸이고혹은 죽음을 앓기도 하고온몸 흔들며 아니라고도 하고 다시는 이제 다시는그 푸른 꿈은 돌아외 않는다고도 했다세계를 뒤흔들며 모스크바에서 몰아친 삭풍은순식간에 떠나보냈다잿빛 하늘에선 까마귀떼가 체포조처럼 낙하하고지친 육신에 가차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그해 겨울,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2-후회는 없었다 가면 갈수록 부끄러움뿐다 떨궈주고 모두 발가벗은 채빛남도 수치도 아닌 몰골 그대로칼바람 앞에 세워져 있었다언 땅에 눈이 내렸다숨막히게 쌓이는 눈송이마저남은 가지를 따닥따닥 분지르고악다문 비명이 하얗게 골짜기를 울렸다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필요없었다절대적이던 것은 무너져 내렸고그것은 정해진 추락이었다몸뚱이만 깃대로 서서처절한 ..

2024.07.12

편지 / 김남조

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런 사람은 본 일이 없다.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내 안을 빛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나의 시작이다.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가서 시작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지금부터 시작해미래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 클레이브 루이스 --

2024.05.16

첫눈 오던 날 / 용혜원

첫눈 오던 날 / 용혜원 첫눈 오던 날 새벽에 가장 먼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그대에게 처음 사랑이고 싶습니다 삶의 모든 날들이 그대와 살아가며 사랑을 나눌 날들이기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늘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를 위하여 두 손을 모읍니다 그대를 축복하여 주시기를 늘 아쉬운 마음으로 살아가기에 그대에게 은총이 가득히기를 원합니다. 상사화 위에 첫눈이 소복이 내렸습니다 첫눈은 금새 녹아버리는 속성으로 한장 담아보았습니다 평안한 휴식하시면서 추억 한 장 담으시는 날 되소서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고 마음이 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아 , 고맙다 중 펀글 - ​

2023.11.18

좋은 때 / 나태주

좋은 때 / 나태주 언제가 좋은 때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이 좋은 때라고 대답하겠다 언제나 지금은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햇빛이 쨍한 날 가운데 한 날 언제나 지금은 꽃이 피거나 꽃이 지거나 새가 우는 날 가운데 한 날 저녁에 잠이 들기 전, 짧게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하루가,,,, 순간이,,, 많은 만남이,,, 생명에서 시작되었고, 살아 있음이 감사함으로 시작합니다 소망을 품은 사람은 걱정하지 않는답니다. 실패나 낙심으로 힘들어도, 곧 일어나 소망을 향해 달려갈거니까요 모두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되십시요

2023.10.06

추억 / 나태주

추억 / 나태주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반드시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푸른 풀빛이 자라 가슴속에 붉은 꽃들이 피어서 간절히 머리 조아려 그걸 한사코 보여주고 싶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지난 주말, 제주 탑동광장의 노을을 떠올려 봅니다 일상을 벗어나, 함께 하는 꿈을 이야기 했던 시간 입니다 우주는 광활하다, 그러나 무한하지는 않다. 내가 관측한 대상 중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희망이다 -- 천체 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 --

2023.09.17

동행

풀잎 스친 바람에도 행복하라/ 이채 정직하면 손해 보고 착하면 무시당하는 것이 세상인심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정직하라 뿌린다고 다 열매가 아니듯 열심히 산다고 반드시 잘 사는 것도 아닐 테니 이 또한 세상살이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감사하라 사랑은 흔해도 진실은 드물고 사람은 많아도 가슴이 없을 때 산다는 건 얼마나 고독한 일인가 그럼에도 사랑하라 살아온 날은 고단하고 살아갈 날은 아득해도 사람아, 그럼에도 사람아 풀잎 스친 바람에도 행복하라 40년 전에는 조금은 작아 보였던 나무 입니다 모르고 지났던 행복이 생각납니다 내가 행복할 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때,,,, 더욱 행복하답니다 길 위에서 느끼는 기쁨도, 추억도,,,, 삶에서 가장 큰 선물입니다

202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