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32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황제의 생일에 나누던 음식이 국수랍니다 단비가 내리는 새벽에 싱그러움으로 설레입니다 오늘은 일상만 아니라면,,,, 대나무숲에 듣는 빗소리 들으며 놀다가 담양국수를 한그릇 하고 싶습니다 ㅎㅎ 행복한 아침 여십시요

2022.06.15

가슴에서 눈물이 배어나와 /김윤진

가슴에서 눈물이 배어나와 /김윤진 온 몸 곳곳의 예민한 신경은 곧 터질 것 같은 눈물구덩이라네 신열 앓는 가마솥이라네 그리움이 새어나와 말을 한다 느끼는 만큼 표현하라고 애써 품은 자리는 소중한 터임에도 섧기 만한 어이없음은 왜일까 그랬었지, 항상 마주하면서도 찻잔으로 뚝뚝 떨어지는 그리움의 잘디잔 허물 벗는 알갱이 가슴에 손을 얹으면 흐느끼는 눈물 낭자하게 배어나와 삭히려, 그만 삭혀버리려 폭우 속을 달려가는 와이퍼의 부지런한 움직임처럼 사는 것이 늘 부산했음을 그대는 아실까나 「행복을 아껴두지 마라」 는 격언이 있다 어차피 내 인생이다 누워있지 말고,,,, 걷는거다 시간이 지나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있다 추억도 그중에 하나 이다 지난 시간에 걸었던 산길을 즐겨봅니다

2022.03.04

백령도 여행의 추억

다시 가보고 싶은 백령도 / 최완탁 인천 부두에서 서해로 뱃길 따라 네시간 은빛물결 춤추는 머나먼 고도(孤島) 심청의 전설이 알알이 서려있는 외로운 섬 백령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인근에 대청도와 소청도가 같이 있구나 다정한 뱃길 따라 갈 때는 심청이 기대 속에 떠나가고 올 때는 갈매기 울음 속에 돌아온다 천혜(天惠)의 비경(秘境)이 이곳에 있어 세월 속에 이끼낀 비경을 따라 심청의 전설이 흐르고 효심을 따라가는 발길에 이내가슴 적신다 잊지 못할 백령도 흐르는 효심의 전설 따라 천혜의 비경 속에 우리를 보며 손짓한다 수 년전 동료들과 배멀미 하면서 갔던 백령도 여행, 해안에 조성된 천연비행장을 저녁과 낮에 방문했던 일을 추억해봅니다 위로는 저녁때 사진들! 낮에 전망대에서,,, 어두울수록 별은 더욱 밝게 ..

2022.03.03

그때 / 김용택

그때 / 김용택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빗방울이 떨어질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 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의 그 끝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상처주면서 오래 기역되는 사람이 좋을까? 작은 인연으로 감사하는 사람으로 ,,, 오래도록 기억되는 사람이 좋을까? 그냥 사는거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대에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기원합니다

2022.02.23

섣달 그믐, 그 아름다운 기억 / (宵火)고은영

섣달 그믐, 그 아름다운 기억 / (宵火)고은영 온동리 집집 마다 굴뚝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들이 온 마을을 휘돌아 내리고 그 해 섣달 그믐에는 싸락눈이 내렸지요 새로 사온 빨강 모자 달린 나일론 외투에 새 바지, 그리고 까만색 새 운동화를 가슴에 안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믐 밤 밤은 왜 그렇게 길었던지 동네 어귀마다 싸락눈이 밤새 사락사락 내렸지요 가슴 저미는 기억의 들창으로 동트는 아침은 잎 떨 군 보리수 나뭇가지에서 참새들이 짹짹 노래하고 마당엔 밤새 소복이 싸락눈이 쌓이고 내 기억의 아름다운 창가에 환희로 당도하는 설날이 열리면 그리운 얼굴들이 나의 눈물에 피어납니다 세월의 저편으로 사랑을 놓고 떠나간 내 사랑하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세월이 유수 같이(流水) 흐르고 그 시..

2022.01.31

겨울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김승동

겨울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김승동 나무 벤치에 눈이 떨어진다 그냥 지나쳐도 좋을 바람이 생각이 되어 홀로 남는 겨울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명주옷을 걸친 풀잎들이 언 땅에 서걱이며 여름날 던져놓은 바랜 입술을 힘겹게 거두고 있다 흐르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시간은, 닫혀진 수도꼭지처럼 대답하지 않아도 되고 잠시 잎 진 나뭇가지에 쉬어 가면 될 것이다 겨울이 깔린 긴 산책길에 기다림처럼 머뭇거리는 해거름이 발목을 묻고 혼돈처럼 꽃을 만든다 비어있기에 더욱 무거운 공원 한구석 사랑 보다 서툰 눈발만 한 점씩 흘러내린다 꿈 속을 걷는 기분의 지난 가을 시크릿가든! 눈이 밝아지고, 마음이 깊어지던 여행길이었습니다 일상에서 가끔은 아름답고, 고운 인연을 만나고, 담아온 추억을 떠올립니다 인간의 발길이 뜸해져서..

2022.01.29

그 해 겨울 / 선미숙

그 해 겨울 / 선미숙 멀쩡하다가도 눈보라가 친다. 아주 매섭게 몰아친다. 니 아부지 생일 땐 언제나 그려 엄니는 당신의 평탄지 않은 삶을 늘 그렇게 날씨에 빗대어 푸념하셨다. 함께 산 세월 쉰 일곱 해를 채우고 무척 추울 거라는 겨울이 힘을 잃어버린 그 해 아버지는 눈보라 같은 삶을 놓으셨다. 그래도 착하게 사셨으니 가시는 날까지 도와주는 거라고 포근히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사람들은 한 마디씩 건넨다. 쉬는 날이면 저절로 발길이 가는 희망공원 아버지는 영혼의 동무들과 거기 계신다. 그곳은 좋으냐고, 나도 데려가라고, 사진 속 아버지를 보며 한참을 넋두리하고 나오는데 분홍빛 진달래 몇 송이 슬픔 달래듯 눈앞에 어린다. 3월초, 환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말없이 웃는 아버지 얼굴이다. 아직 때가 아닌데 하루..

2021.07.15

추억의 우물 / 문정희

추억의 우물 / 문정희 우리들의 가슴 속에는 우물이 하나 있습니다.. 말갛고 고요한 추억을 긷는 우물입니다.. 첫눈을 보아도.. 파도를 보아도.. 달을 보아도.. 가슴 저린 것.. 추억이란 이렇듯 소슬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사진첩입니다. 추억은 지난날의 슬픔조차도.. 울먹이며 가슴 조이던 불행조차도.. 감미로운 향수 속으로 몰아넣어 주는 포도주와 같다고도 하겠습니다.. 우리를 홀로 있게 히는 것들 中 - 문정희 - 사진을 정리했습니다 몇 년전 지인들과 한라산 가을을 만끽하던 사진이 있었습니다 이별하고 보기 싫은 사람의 얼굴도 있고,,,, 그리운 얼굴도 있습니다 하늘이 참 푸르던 날, 앞서 하산한 지인들 따라잡느라 황홀한 가을을 놓칠뻔 했었죠! 장구목, 삼각봉,,,,

2021.02.17

우리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입니다/카렌 케이시

우리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입니다/카렌 케이시 누군가가 우리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미소를 지을 수 있고 또 언젠가 실패했던 일에 다시 도전해 볼 수도 있는 용기를 얻게 되듯이 소중한 누군가가 우리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며 활기를 띠고 자신의 일을 쉽게 성취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우리들 스스로도 우리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일에서도 두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듯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든 외로움은 우리가 누군가의 사랑을 느낄 때 사라지게 됩니다 눈이 내리는 바닷가에 서니, 배가 지나갑..

2018.02.11

지난 선운사의 추억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문태준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몰랐지 늦가을을 제일로 숨겨놓은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살아도 살아갈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과일을 다 가져가고 비로소 그 다음 잎사귀 지는 것의 끝을 혼자서 다 바라보는 저곳이 영리가 사는 곳 살아도 못 살아본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못 살았지 우리가 눈발이라면 선운사는 추억이다 녹차밭이 좋다 가을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 그 가을에 소망하나 묻었던 시간을 회상한다

2016.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