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307

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 -이석희 -

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 - 이석희 - 산에 가면 산이 되는 줄 알았다 들에 가면 들이 되고 꽃을 보면 예쁜 꽃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만나면 내가 그곳에 가면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내가 되는 줄 알았다 비가 오면 젖어들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 그렇게 내가 산인 줄 알았고 내가 나무인 줄 알았다 햇살 좋은 날은 너럭바위에 온전히 나를 말리며 풀벌레 소리에 난 숲도 되고 바람도 되고 살아가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흙물 들고 꽃물 들면서 서로 닮아가는 줄 알았다 행복한 아침입니다 봄 햇살 맞으러 나가시죠?

2014.03.09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류시화 시집에서 -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만일 단지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이 생에서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을 찿아보리라 그리고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확실히 말하리라 덜 후회하고 더 행동하리라 또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두 불러 봐야지 아, 나는 춤을 추리라 나는 밤새도록 춤을 추리라 하늘을 많이 바라보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리라 밤에는 달과 별을 많이 처다보리라 그 다음에는 옷, 책, 물건, 내가 가진 사소한 모든 것들에 작별을 해야겠지 그리고 나는 삶에 커다란 선물을 준 대자연에게 감사하리라 그대 품에 잘들며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게곡에는 아직도 눈과 얼음이 가득하고, 등산로도 구간구간 얼음길입니다 자연의 위대한 힘은 어찌 할 수 없는 것! 계곡에 봄이 옵니다 얼음 아래로 물이 힘차게 흐르고 바..

2014.03.08

세상에서 가장 값진 식사!(자랑질)

오늘 점심에 농가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농사지으며, 애들 교육하고 사시는 형님부부의 점심 초대입니다 옻순이 나오거나, 철이 바뀌면 부르시는데,,, 나물과 토종마늘 장아찌, 동치미, 파김치 등으로 차려진 건강식입니다 노고가 없이는 먹지못하는 시골의 건강식!! 고들빼기와 나물(햇님나물, 취나물, 오이꽃나물 등을 건조시켰다가 조리)이 저를 반깁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깻잎! 요즘 충청도는 가뭄입니다 그리고, 농번기를 앞두고 논의 수로 등을 정비합니다 이때 부수입으로 잡히는 미꾸라지를 잡아서 추어탕을 요리하는데, 오늘 보양식으로 주시네요 충분한 시레기와 미꾸라지를 삶은 물을 가지고 만들어서 진하고 담백합니다 손도, 정성도 엄청 가는 음식을 대하니 너무 죄송하고, 감사!!! 한참을 정성이 담긴 식사가 기억이 남..

농부이야기 2014.03.07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이해인 -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 손 시린 나목(裸木)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자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 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요와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벌써 한주가 지나갑니다 행복한 금요일 되소서!

2014.03.07

조용하게 앉으라-묵타난다

조용하게 앉으라 / 묵타난다 조용하게 앉으라.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너의 생각을 관찰하고 있는지 찿아보라. 주의깊게 바라보면 네 안에서 또 하나의 너를 발견하게 되리라.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너 자신을 분명히 알게 되리라. 그렇게 안을 들여다보라. 네 안의 또 하나의 너를 찿으라. 그러면 완성에 가까우리라.

2014.03.07

경칩 - 박성우 -

경칩 - 박성우 - 봇물 드는 도랑에 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 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 새까만 무쇠솥단지에 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 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 정지문도 솥뚜껑도 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 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 대추나무 마당에는 돌확이 놓여 있어 경칩 밤 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 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 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 황토방 식지 않은 아침 갈퀴손 갈큇발 쭉 뻗은 암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 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 아직 알을 낳지 못한 암컷의 배가 퉁퉁 불어 대추나무 마당가에 무덤이 생겼다 (페친이 보내준 사진)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입니다 꽃샘추위가 찿아왔지만 봄은 가까이 왔습니다 행복한 봄 맞으세요

농부이야기 2014.03.06

3월의 시-나태주-

3월의 시 - 나태주 -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남산바람꽃!!

농부이야기 201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