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기다리며 /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가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1999년 소월문학상) 우리의 생활은 소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일의 연속이 아닐까요? 어떤 것들이 이뤄지고, 아니고를 일면서도 기다리는, 그런 마음! 즉, 우리의 삶이 소망의 연속이라면 그것은 미래에 있는 것이지요 소망이란 현재가 아닌 다음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