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지 22

그림자 12 / 김광규

그림자 12 / 김광규 굴곡진 생의 뒤안길 물끄러미 바라보네 그림자는 그림자가 아니라 그 이름이 그림자일 뿐 마음 비우면 저렇게 가볍게 몸 깎으면 저토록 얇게 될 수도 있네 껍질을 벗긴 과일처럼 화장을 지운 여인처럼 내면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화려를 버려 더욱 빛나는 들꽃이든 나를 잃고 나를 알아 그림자로 살아가네 ㅡ출처 :시집 『그림자』(도서출판 답게, 2020) 조금은 지난 가을 사집입니다 용비지에서 즐거웠던 추억이기도 하구요 미루다 이제서 몇 장 창고에서 꺼내봅니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나대로 살고 싶다, 어릴적 꿈이 였는데,,,, 삶도, 자연도, 시간도,,,, 지나간 자리엔 흔적이 남는다

2020.11.28

여름 용비지,,,!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긴 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방에 불을 켜고,,,, 닫힌 창을 열어 환기를 합니다 꽃이 피어있을 적에는 몰랐었듯이,,, 돌아온 집이 너무 좋습니다 떠나기 전 다녀온 여름 용비지 사진을 올립니다

2020.07.26

눈이 멀었다 / 이정하

눈이 멀었다 / 이정하 인연을 끈으려는 사람일수록 마음속에는 그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더 강하게 남는다 바람이 그러는데 그리움과 사랑은 딱 한걸음 차이래 지금 걸어가지 않으면 영원히 그리움으로 남을 거래 어느 순간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럴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내 사랑도 그렇게 왔다. 그대가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순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갑자기 세상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줄 까맣게 몰랐다. 사랑도 때가 있는 법, 바라봄도 그 순간이 있다 아침이 지나면 다 떠나는 길에 그림자 붙잡아 봅니다 미련두지 않고 사랑합니다

2020.04.17

다시 겨울 아침에 ... 이해인

다시 겨울 아침에 ... 이해인 몸 마음 많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쏟아놓고 간 눈물이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소리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힘들게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나의 기침소리 알아듣는 작은 새 한 마리 나를 반기고 어떻게 살까 묻지 않아도 오늘은 희망이라고 깃을 치는 아침 인사에 나는 웃으며 하늘을 보네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갑니다 따스함을 전하는 우리가 필요합니다

2019.11.23

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전상순

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전상순 지진에도 강할 것 같은 대나무 길을 실안개 헤치고 한참 걸었습니다 걷다 보니 어느덧 가을의 끄트머리 감성을 먹고사는 가을의 신神이여, 올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왜 이리 서운할까요 붉게 타는 편지 한 통도, 가을비에 눈물 한 방울 떨어뜨려 보지도 못했는데 가을이 가려 하네요 통나무로 만든 멋스런 길도 가을도 타보지 못했는데 벌써 입동 준비 서둘러야 하니 더 깊은 곳으로 바삐 갈 걸음 멈추고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만남 없는 약속에 맨송한 옷장에 그대로 있을 옷가지 꺼내어 가족과 혹은 혼자서 눈과 눈썹 거리만큼 가까운 목석초화木石草花 어우러진 곳에라도 가서 햇무리 받아야겠어요 마음 구석구석 다 녹여 온몸 따스하다 전해 줄게요 잘한 일이라 전해 줄게요. 늦가을에 내리는 비 때문에..

2019.11.21

안개속으로 잠기다 / 정숙영

안개속으로 잠기다 / 정숙영 봄을 재촉하는 바람도 제 할일 다 한듯이 나무 뒤로 숨어 버렸습니다. 당신을 그리는 마음 대지를 뒤 덮은 안개처럼 가야할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어느 곳으로 여행을 하고 계신던 그 누구와 호탕한 웃음을 짓던 나의 그리움은 자욱한 안개가 되어 온전히 당신께 스며듭니다. 몹시 그리운 날엔 안개속으로 들던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 생 한번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싶지만, 봄 꽃 피우는 그날 오시려는지요. 나의 삶에서 가장 길었던 몇 일의 밤이 지난다 많은 생각이, 많은 번거로움이,,,, 물방울처럼 흘렀다 괴로움을 버리면 즐거워진다는데,,,! -- 뜨거운 차 한잔을 넘기며 읊조려 봅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 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

2019.02.27

갈대를 위하여 / 강은교

갈대를 위하여 / 강은교 아마 네가 흔들리는 건 하늘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키 큰 바람이 저 쪽에서 걸어올 때 있는 힘 다해 흔들리는 너 연분홍 살껍질을 터뜨린 사랑 하나 주홍빛 손을 내밀고 뛰어오는 구나 흔들리면서 그러나 결코 쓰러지지는 않으면서 흔들리면서 그러나 결코 끝나지는 않으면서 아, 가장 아름다운 수풀을 살 밑, 피 밑으로 들고 오는 너 아마 네가 흔들리는 건 흔들리며 출렁이는 건 지금 마악 사랑이 분홍빛 손을 내밀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간 사람, 떠난 사랑에 가슴 아픈건, 아직 놓아버리지 못함인가 ! 이젠, 고맙다고, 감사했노라고 말하면서 그만 보내야 한다 산골 모퉁이에 앉아 기억의 모퉁이를 걸어본다

2018.11.26

용비지의 추억

내일 비온답니다 지인들에게 묻습니다 맛나거 먹으러 갈까? 꽃보러 갈까? 철쭉이 만개한 바래봉 갈까? 아님, 바다 갈래? 문제는 함께 가는거죠,,,! 우리, 함께,,,, 먼 길도 함께 가자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그래 살아 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 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 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한번의 여행은 많은 것을 얻습니다 매년 봄이면 상상 속에서 행복해집니다 어느날은 기대감에 시기를 잃지요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봄날은 매년 오고 기다리고 일상의 여행입니다 기다리고 찿아간 날 ..

2018.05.11

용비지의 가을,,,!

치명적인 상처 / 박남준 별똥별 하나 소원보다 먼저 별보다 먼저 상한 마음이 쓰러진다 한순간 삶이 저렇게 져 내리는 것이겠지 흔들리며 가기에 짐이 되었던가 발목을 꺾는 신음처럼 뚝뚝 풋감이 떨어지는 밤 저 별 저 감나무 그 어떤 치명적인 상처가 제 살을 베어내는가 길이 끊겼다 다시 나는 발등을 찍는 바퀴에 두 발을 우겨넣는다 이것이 끝내는 치명적인 상처를 부르리라 자라난 상처가 그늘을 이룬다 더 깊은 그늘로 몸을 던져야 하는지 아픈 꿈이 절뚝거리는 몸을 끌고 꿈 밖을 떠돈다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끝 낫숫물 소리 ..

201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