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혼자 남았을 때 / 이생진 다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사람이기보다 흙이었으면 돌이었으면 먹고 버린 귤껍대기였으면 풀되는 것만도 황송해서 오늘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돌틈에 낀 풀을 잡고 애원하는 꼴이 풀뿌리만도 못한 힘줄로 더듬더듬 밧줄을 찾았지만 고독엔 밧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