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앞에서!

농돌이 2014. 5. 22. 07:53

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혼자 남았을 때 / 이생진


다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사람이기보다 흙이었으면
돌이었으면
먹고 버린 귤껍대기였으면

풀되는 것만도 황송해서
오늘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돌틈에 낀 풀을 잡고 애원하는 꼴이
풀뿌리만도 못한 힘줄로
더듬더듬 밧줄을 찾았지만
고독엔 밧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