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75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2020.05.21

인생이란 그런 것 / 김시천

인생이란 그런 것 / 김시천 살다 보면 하나 둘쯤 작은 상처 어이 없으랴. 속으로 곯아 뜨겁게 앓아 누웠던 아픈 사랑의 기억 하나쯤 누군들 없으랴. 인생이란 그런 것. 그렇게 통속적인 일상 속에서 가끔씩 아련한 상처 꺼내어 들고 먼지를 털어 훈장처럼 가슴에 담는 것. 그 빛나는 훈장을 달고 그리하여 마침내 저마다의 그리운 하늘에 별이 될 때까지 잠시 지상에 머무는 것. 아버지 산소에는 할미꽃이 피었다 부르지 않아도 가슴이 먹먹한 이름, 아버지 늘 쓸쓸하고, 눈물겹다 메마른 산소에 들꽃이 피었다 준비된 이별도,,, 한참이나 지난 이별도,,, 아프다

2020.04.20

그대는 꿈으로 와서 / 용혜원

그대는 꿈으로 와서 / 용혜원 그대는 꿈으로 와서 가슴에 그리움을 수놓고 눈뜨면 보고픔으로 다가온다. 그대는 새가 되어 내 마음에 살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리움이란 울음을 운다. 사랑을 하면 꽃피워야 할텐데 사랑을 하면 열매를 맺어야 할텐데 달려갈 수도 뛰어들 수도 없는 우리는 살아가며 살아가며 그리워 그리워하며 하늘만 본다.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하루를 즐겨보자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니까

2019.12.08

불꽃 / 김용갑

불꽃 / 김용갑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우리가 되게 해 주소서. 외로울 때 목청껏 소리 높여 부르고 싶고 즐거울 땐 같이 웃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어느 곳 부족한 점 있다면 따뜻한 온기로서 감싸 줄 수 있고 설사 잘못이 좀 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내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늘 풍족하며 받은 것 없어도 늘 가득 찬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시옵고, 어쩌다 한 번 당신이 나를 속일지라도 애교로서 용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만나 더욱 행복해지고,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으리라. 부족한 정 많으니 둘이서 채우고 잘한 것 있다면 나누어 가지리라. 타다가 스스로 꺼지는 촛불이 아니라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이 이세상 가..

2019.02.21

봄꽃을 보니... 김시천

봄꽃을 보니...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더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듯 어색한 미소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고딩시절의 구호가 성실이었다 의미는 세월의 변화 속에서 많이도 바뀌었던 것 같다 우수를 앞두고 바라보는 성실은?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자신만의 견고한 모습이 아닐까,,,!

2019.02.17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저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찿았던건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찿았던 건가??? 알아가는 나이가 되어간다

2018.07.20

비 오는 날 달맞이꽃에게 / 이외수

비 오는 날 달맞이꽃에게 / 이외수 이 세상 슬픈 작별(作別)들은 모두 저문 강에 흐르는 물소리가 되더라 머리 풀고 흐느끼는 갈대밭이 되더라 해체(解體)되는 시간 저편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시어(詩語)들은 무상한 실삼나무 숲이 되어 자라오르고 목메이던 노래도 지금쯤 젖은 채로 떠돌다 바다에 닿았으리.. 작별(作別) 끝에 비로소 알게 되더라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노래가 되지 않고 더러는 회색(灰色) 하늘에 머물러서 울음이 되더라 범람(氾濫)하는 울음이 되더라 내 영혼(靈魂)을 허물더라. 〔 달맞이꽃 〕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며 물가·길가·빈터에서 자란다. 굵고 곧은 뿌리에서 1개 또는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곧게 서며 높이가 50∼90cm이다. 전체에 짧은 털이 난다. 잎은 어긋나고 줄 모양의..

2017.08.20

대청봉에서 쉼표를 찍다

0, 산행 일시 : 7월 13일 -14일 0, 인원 : 2명 0, 산행경로 : 오색 - 대청봉 - 희운각 대피소 1박- 천불동계곡 -설악동 0, 공룡능선을 거쳐서 오세암- 백담사를 계획했으나 늦잠으로 포기 ㅠㅠ 새벽에 시작하여 오색에서 오르니 땀이 흥건하다 먹을 것을 비롯한 욕망은 나를 무겁게 한다 쉼터에서 노송을 바라보며 목을 축인다 비가 내려서 설악폭포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세수도 하고,,, 쉬고,,, 힘든 계단길을 오른다 설악산 / 오세은 작사, 작곡, 한영애 노래 대관령 넘으니 동해 바다 보인다 짠냄새 맡으며 바닷가를 달린다 저기 구름속에 아 대청봉이다 나무 바위 오 하늘 나는 좋아 설악산이 너무 좋아 아 나를 안아주려마 한계령 밑에는 오색약수가 있지 백담사 지나면 구름 위를 걷는다 저기 눈속에 아..

2017.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