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명소 8

간월암 연등

연등 / 문성해 이 나이 되도록 나는 한 번도 연등을 달아본 적이 없네 연등을 다는 자의 간절한 마음이 되어본 적이 없네 연등을 다는 일은 나를 작게 둥글려 연등 속에 넣고 바람과 빗속에 흔들리는 일 방에 돌아와 누워도 흔들리는 연등을 생각하는 일 어떤 자는 제 몸을 활활 불사르고 어떤 자는 일찍이 심지를 끄고 어떤 자는 바람에 균형을 잡고 나는 그중 가장 나중의 자가 되고 싶어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연등의 시절이 오면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사립문짝에 발그레 뺨 붉힌 그것을 매달고 싶어 등불 위로 뜨거움을 참고 내려앉는 어둠을 내가 나를 보듯 들여다보고 싶어 연등을 켜고 끌 때 내 얼굴을 웃음을 숨소리를 생각하고 싶어

2023.05.06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 양광모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 양광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니 따뜻한 것이 그립다 따뜻한 커피 따뜻한 창가 따뜻한 국물 따뜻한 사람이 그립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조금이라도 잘 하는 것이 있다면 그리워하는 일일 게다 어려서는 어른이 그립고 나이 드니 젊은 날이 그립다 여름이면 흰 눈이 그립고 겨울이면 푸른 바다가 그립다 헤어지면 만나고 싶어 그립고 만나면 혼자 있고 싶어 그립다 돈도 그립고 사랑도 그립고 어머니도 그립고 아들도 그립고 네가 그립고 또 내가 그립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어떤 사람은 따뜻했고 어떤 사람은 차가웠다 어떤 사람은 만나기 싫었고 어떤 사람은 헤어지기 싫었다 어떤 사람은 그리웠고 어떤 사람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누군가에게 그리운 사람이 되자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사람이..

2021.01.13

그림자 12 / 김광규

그림자 12 / 김광규 굴곡진 생의 뒤안길 물끄러미 바라보네 그림자는 그림자가 아니라 그 이름이 그림자일 뿐 마음 비우면 저렇게 가볍게 몸 깎으면 저토록 얇게 될 수도 있네 껍질을 벗긴 과일처럼 화장을 지운 여인처럼 내면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화려를 버려 더욱 빛나는 들꽃이든 나를 잃고 나를 알아 그림자로 살아가네 ㅡ출처 :시집 『그림자』(도서출판 답게, 2020) 조금은 지난 가을 사집입니다 용비지에서 즐거웠던 추억이기도 하구요 미루다 이제서 몇 장 창고에서 꺼내봅니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나대로 살고 싶다, 어릴적 꿈이 였는데,,,, 삶도, 자연도, 시간도,,,, 지나간 자리엔 흔적이 남는다

2020.11.28

섣달, 그믐날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 년이 한 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스한 밥 한끼에 삶의 진한 채취를 느끼는 날 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01.24

햇살 좋은 날, 서산 팔봉산 산행,,,!

사무실 가족들과 팔봉산과 박속낙지를 연계한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멋진 조망과 풍성한 먹거리로 가족 간의 우의를 다지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팔봉산(361.5m)은 산의 형세가 병풍처럼 펼쳐져있고 9개 마을을 품에 안은 듯 정기있게 솟아 있으며, 산의 명칭은 여덟 개의 산봉우리가 줄지어 있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8봉중 가장 높은 곳은 3봉으로 높이가 362m이다. 산세가 수려하며 맑은 공기와 탁 트인 산세가 절경이며 휴식 및 3시간 정도의 등산코스로 적합하다. 워낙 홍천 팔봉산이 유명해서 이 팔봉산은 앞에 "서산"임을 분명히 밝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곳은 봉이 9개인데 제일 작은 봉을 제외하고 팔봉산이라 하였고, 매년 12월 말이면 그 작은 봉우리가 자기를 넣지 않았다고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2018.07.08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이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아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산과 언덕등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개심사 청벗나무 아래,,,!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앖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 --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2017.05.05

그런 사람으로 / 나태주

그런 사람으로 / 나태주 그 사람 하나가 세상의 전부일 때 잇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가득하고 세상이 따뜻하고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빛나던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비바람 거센 날도 겁나지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도 때로 그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가을의 목장 풍경입니다 세상살이는 참 다양한 모습을 만납니다 여름날에는 하지못햇던 이야기도, 가을에는 하고 싶어집니다 시간이 자꾸만 흘러가기에,,,

2016.10.31

1년에 한번, 서산 용비지를 찿아서!(3)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가늘어 집니다하늘도 살짝 홤하게 변하는듯 합니다용비지로 내려갑니다올라오던 시간에는 아무것도 안보였는데,,,  기대를 안고 갑니다안개중독자 / 이외수 사랑아 그대가 떠나고세상의 모든 길들이 지워진다 나는 아직도 안개중독자로 공지천을 떠돌고 있다 흐리게 지워지는 풍경 너머 어디쯤 지난 날 그대에게 엽서를 보내던 우체국이 매몰되어 있을까 길없는 허공에서 일어나 길없는 허공에서 스러지는 안개처럼 그토록 아파한 나날들도 손금 속에 각인되지 않은 채로 소멸한다 결국 춘천에서는 방황만이 진실한 사랑의 고백이다 건너편 산의 벚꽃이, 저수지 수변의 버들과 개나리가 어우러져 이름답습니다그리고 용비지 안에도 봄꽃이 가득합니다연초록의 음영과 개나리의 짙노랑색도 담아봅니다너--무 좋습니다비도 살짝 그치고요..

201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