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풍경 58

가을 들녘으로 오소서 / 박금숙

가을 들녘으로 오소서 / 박금숙 그대, 오시려거든 가을 들녘으로 오소서 나, 허수아비로 서서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들녘 어디쯤 마음까지 알알이 영글 것 같은 햇살 한가득 이고 섰다가 색깔 고운 옷 한 벌 지어드리리다 비록 누더기 차림이나 그대 찌든 땀 씻어줄 심성 고운 바람만큼은 넉넉히 모아두었습니다 그대, 가을 들녘으로 오소서 함께 싹틔웠던 추억 다발로 묶여질 때까지 양 팔 벌리고 기다리겠습니다 (친구의 수확사진) 아침에 내린 소나기가 청량감을 더하는 시간 입니다 벼 수확에는 별 도움이 안되지만, 김장밭에는 꿀비 입니다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간이지만, 선물같은 하루 잘 살아보렵니다 하늘은 뭉게구름 피어나고, 웃음 가득한 날 되십시요 저도, 우리도, 큰 성취를 향한 열정으로 힘차게 아침을 여시기 바랍니다

2023.10.21

가을어법 / 나태주

가을어법 / 나태주 가을은 우리에게 경어를 권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견디셨습니다 먼 길 오느라 힘드셨겠어요 짐까지 들고 오셨군요 가을은 우리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허락한다 그래 , 그래 ,애썼구나 잘 참아줘서 고마웠단다 이제 좀 쉬어라 쉬어야 다시 또 떠날수있지 가을의 햇빛과 바람은 우리에게 용서를 가르치고 화해를 요구한다 낙엽 들도 그렇게 한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중에서 늦은 시간 비를 맞고 들어왔습니다 어릴 적 충동이 아니라, 비오는 날 흠벅 젖고 싶었습니다 너이도 삶에 젖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아버지가 별나라로 가시던 해에도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지금도 많이 옵니다 이별의 시간을 좀 길게 주십사 신께 간구합니다만 ,,,, 시련과 고통이 있어야 삶도 향기난다지요? 바람..

2023.09.25

밀밭을 지나며

하나의 씨앗이 당신의 마음에 어떤 믿음이 움터 나면 그것을 가슴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해 두고 하나의 씨앗이 되게 하라. 그 씨앗이 당신 마음의 토양에서 싹트게 하여 마침내 커다란 나무로 자라도록 기도하라. 묵묵히 기도하라. 사람은 누구나 신령스런 영혼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거칠고 험난한 세상에서 살지라도 맑고 환한 그 영성에 귀 기울일 줄 안다면 그릇 된 길에 헛눈 팔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소중하고 귀한 것일지라도 입 벌려 쏟아 버리고 나면 빈 들녘처럼 허해질 뿐이다. 어떤 생각을 가슴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해 두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 싹이 트고 잎이 펼쳐지다가 마침내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씨앗은 쭉정이로 그칠 뿐, 하나의 씨앗이 열매를 이룰 때 그 씨앗은 세..

2022.06.04

10월의 기도 / 이해인

10월의 기도 /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

2021.10.01

내 나이 가을에 서서 / 이해인

내 나이 가을에 서서 / 이해인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마저 옅어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 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오늘은 고향집 앞 논으로 여행을 ..

2021.09.22

그때 / 김용택

그때 / 김용택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빗방울이 떨어질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 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의 그 끝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어릴적에는 무엇을 건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생각해봅니다 내가 인생을 걸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2021.09.07

8월을 맞습니다

8월에는 / 최홍윤 봄날에 서늘하게 타던 농심이 이제 팔 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된더위 만나 허우적거리지만 기찻길 옆엔 선홍빛 옥수수 간이역에 넉넉히 핀 백일홍 모두가 꿈을 이루는 8월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또 한 해의 지난 날들 앳되게 보이던 저어새의 부리도 검어지는데 홀로 안간힘으로 세월이 멈추는가 목백일홍 꽃이 피고 풀벌레 소리 맑아지면은 여름은 금새 빛바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고 마는 것 우리가 허겁지겁 사는 동안 오곡백과는 저마다 숨은 자리에서 이슬과 볕, 바람으로 살을 붙이고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단지, 그 은공을 모르고 비를 나무라며 바람을 탓했던 우리 그리 먼 곳 보다는 살아 있음에 고마울 뿐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가슴벅찬 일인데 어디로 가고 무엇이 되고 무슨 일 보다, 8월에..

2021.07.31

녹두꽃

저녁 산책 / 김지하 숙인 머리에 종소리 떨어지고 새들이 와 우짖는다 숙인 머리에 바람이 와 소스라치고 가슴 펴라 가슴 펴라 악쓰고 숙인 머리에 별 뜬다 오늘밤은 무슨 꿈을 꾸랴 먼 하늘엔 새빨간 노을 쏟아지고. 토종 녹두꽃 입니다 노랗게 피기 시작하여, 분홍색으로 변하면서 줄기를 맺습니다 오늘도 많이 걸은 느낌입니다 어디 못가니 걷는 것이 일상이 되어, 걷고 걷습니다

2021.07.25

들길을 걸으며 /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 나태주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난건 내게 얼마나 행운 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그대 한 사람 어제는 내가슴에 별이 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 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 했습니다 어제 내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걸 나는 봅니다 나는 당신에 발에 밟히면서 새로워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앞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걷기로 시작합니다 건강이란 행복나무에 물을 줍니다

2021.07.22

이 가을에는.... / 이해인

이 가을에는.... / 이해인 이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 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 별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 고통과 번민 속에 지내지 않도록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소서. 우리들 매순간 살아감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말 없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사랑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 만으로도 간절한..

202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