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 이정하 커피 물을 끓이는 시간만이라도 당신에게 놓여 있고 싶었습니다만 어김없이 난 또 수화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요 며칠 그대가 왜 그렇게 떠나갔는지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갔는지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당신을 너무 사랑한 것이 아닐까요 잠시라도 가만히 못 있고 수화기를 드는 커피 물을 끓이는 순간에도 당신을 생각하는 내 그런 열중이 당신을 너무 버겁게 한 건 아닐까요 너무 물을 많이 줘서 외려 말라 죽게 한 베란다의 화초처럼 여전히 수화기 저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고 늘 그런 것처럼 용건만 남기라는 낯모를 음성에 나는 아무 할 말도 못 하고 머뭇거립니다 그런 순간에 커피 물은 다 끓어 넘치고 어느덧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주전자를 보며 어쩌면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