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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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최영미산 2017. 8. 29. 18:18
가을에는/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 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수수) (부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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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의 가을 / 최영미삶 2017. 8. 28. 22:44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장을 끼고 가 ㅡ 을 오늘, 비가 내립니다 저의 집 화단에는 아직도 노오란 장미가 있습니다 가을은 삶으로의 새로운 복귀입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날, 칠월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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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을 바라보며,,,,!산 2016. 10. 17. 10:01
가을이 오면 / 용혜원 가을이 오면 가을 빛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가을 비에 젖어 가을 색으로 물든 가을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없었어도 좋아한 사람 좋아한다는 말은 없었어도 사랑한 사람 그리움은 그리움일 때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가을이 오면..... 내 마음은 진실을 말하고 싶어집니다. 가을이 오면.... 가을빛 사랑을 하고 싶어집니다. 외로운 가을이오면 그대와 함께 내 생애 단 한번 영원히 잊지못할 그런 가을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가을이 물들어오면 / 용혜원 가을이 물들어오면 내 사랑하는 사람아 푸르고 푸른 하늘을 보러 들판으로 나가자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며시 와 닿는 그대의 손을 잡으면 입가에 쏟아지는 하얀 웃음에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기뻐할까 가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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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접고 마음을 여는 곳, 개심사,,, !산 2016. 10. 15. 21:56
개심사는 큰 절이 아니다 특출한 문화유산이 있는 곳도 아니다 그러나 보석은 작아서 빛나고 마음은 평범해서 소중하다. 개심사의 전각들은 길게 늘어진 길들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한 알 한 알 의 보석들이 한 줄의 실로 연결된 팔찌나 목걸이와 같이 개심사는 보석이며 마음이다. --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김봉열글 관조스님 사진 중에서 -- 범종루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가을 햇살과 구름이 반겨주는 개심사는 오늘도 편안합니다 감나무도 가을이 주렁주렁 열렸다! 대웅전, 명부전, 산신각으로 이어지는 배치입니다 봄이면 멋진 꽃을 보여주는 왕벚나무들,,,, 건물의 툇마루는 일품이다. 비오는날은 낙수를 보고, 봄이면 왕벚을 보며 쉬는 곳이다 신검당과 승방이다 신검당은 마음의 칼을 찿는 집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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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쓴다 / 최영미산 2016. 9. 22. 22:59
나는 시를 쓴다 / 최영미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려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렵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뿌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 최영미 / 가을에는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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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 최영미삶 2016. 9. 11. 11:58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처럼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