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74

가을날 / 김현성

가을날 /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 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 버리고 떠나기, 법정스님 글에서 ---- 지난 주말에는 사랑허는 후배가 하늘나라 별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힘들..

2023.10.24

가을편지 / 김사랑

가을편지 / 김사랑 잘계시나요 사랑한다 편지를 보냈지만 늘 당신의 안부가 궁금했지요 행여나 저를 잊었을까 걱정하다가도 가끔은 생각하겠지 가을 하늘에 얼굴을 그려 봅니다 고추잠자리는 할 일없이 왔다가고 돌담 위 누런 호박은 갈 햇살에 익어가고 내 사랑도 익어 갑니다 어머니집 현관을 나서면서 봄니다 시골은 관심만 가지면 많은 것이 보입니다 아름다운 말 게으름도 있습니다 익숙한 게으름과의 이별이 시골 가을의 트랜드? 고구마 하나를 먹고 싶어서 굽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지는 날, 짜증 이런 일상을 가을에 즐겨 봅니다

2023.10.22

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 박진식

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 박진식 저녁,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한 소녀의 이야기를 TV에서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저렇게 착하고 여린 열한 살의 소녀가 가엾게도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니 내 눈가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 얼굴 전체에 얼룩이 졌습니다 그런 안쓰러운 내 모습을 본 어머니는 황급히 채널을 돌렸지만 내 얼굴에 펑펑 흐르는 눈물을 나는 닦을 수 조차 없습니다 내 몸에 붙은 손과 팔인데도 마비 때문에 닦을 수 없어 나는 그 눈물을 자꾸만 입 안으로 삼켰습니다 마치 그 아이가 당하고 있는 고통이 내 것인 양 나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렇듯이 나는 흐르는 눈물조차 스스로 닦을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눈물..

2023.10.09

가을어법 / 나태주

가을어법 / 나태주 가을은 우리에게 경어를 권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견디셨습니다 먼 길 오느라 힘드셨겠어요 짐까지 들고 오셨군요 가을은 우리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허락한다 그래 , 그래 ,애썼구나 잘 참아줘서 고마웠단다 이제 좀 쉬어라 쉬어야 다시 또 떠날수있지 가을의 햇빛과 바람은 우리에게 용서를 가르치고 화해를 요구한다 낙엽 들도 그렇게 한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중에서 늦은 시간 비를 맞고 들어왔습니다 어릴 적 충동이 아니라, 비오는 날 흠벅 젖고 싶었습니다 너이도 삶에 젖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아버지가 별나라로 가시던 해에도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지금도 많이 옵니다 이별의 시간을 좀 길게 주십사 신께 간구합니다만 ,,,, 시련과 고통이 있어야 삶도 향기난다지요? 바람..

2023.09.25

비가 내리는 밤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 류시화 시월은 안사돈들이 나란히 나와서 혼례의 촛불을 밝히는 달, ​ 우리나라의 단풍은 이 한 달을 북에서 남으로 걸어서 내려오느니 휴일에는 한줄금 비를 데리고 빗속에 우산을 들고 플라타너스 잎 지는 거리에 나서면 우중충한 소문들도 잠시 귓전에서 멀어진다 ​ 우산 하나로 헛되고 욕된 세상을 비껴갈 수야 없지만 새벽마다 길섶 찬 이슬로 더욱 맑아지던 풀벌레의 울음소리 ​ 이 차가운 빗속에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리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찻집에 들러 혼자라도 좋으니​ 잘 끓인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맛보며 ​ 월명 시인의 제망매가 몇 구절을 떠올리고 싶느니. 가을비를 그대에게 / 정연화​ 그대가 사는 그곳에도 비가 내리나요?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가을비에 젖고있어요 파르..

2023.09.20

가을 고백 / 나태주

가을 고백 / 나태주 가을입니다 버리지 못할 것을 버리게 하여 주옵소서 가을입니다 잊지 못할 일을 잊게 하여 주옵시고 용서하지 못할 것들을 용서하게 하여 주시고 끝내 울게 하여 주소서 가을입니다 다시 잠들게 하시고 새롭게 꿈꾸게 하소서 배추 심고, 새벽에 비가 내리니 부쩍 자란 느낌 입니다 대추가 영글어 가고,,,, 가을이 짙어집니다 가을에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해 봅니다

2023.09.03

가을 / 김용택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김장배추와 무우를 심었습니다 가을 장마가 시작되어 지척이지만 소망도 심었습니다 힘들어 하지 마시라고 ,,, 좌절하지 마시라고 ,,,, 두려워 하지 마시라고,,,, 위로의 기도도 드렸습니다 힘든 과정 뒤에 오는 소중한 느낌도 배워갑니다

2023.08.30

가을이 왔다 / 류근

가을이 왔다 / 류근 가을이 왔다 뒤꿈치를 든 소녀처럼 왔다 하루는 내가 지붕 위에서 아직 붉게 달아오른 대못을 박고 있을 때 길 건너 은행나무에서 고요히 숨을 거두는 몇 잎의 발자국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황급히 길에 오르고 아직 바람에 들지못한 열매들은 지구에 집중된 중력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우주의 가을이 지상에 다 모였으므로 내 흩어진 잔뼈들도 홀연 귀가를 생각했을까 문을 열고 저녁을 바라보면 갑자기 불안해져서 어느 등불 아래로든 호명되고 싶었다 이마가 붉어진 여자를 한번 바라보고 어떤 언어도 베풀지 않는 것은 가을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뜻 안경을 벗고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는 일이 그런데로 스스로에게 납득이 된다는 뜻 나는 식탁에서 검은 옛날의 소설을 다 읽고 또 옛날의 사람을 생각하고 오늘의 불..

2023.08.25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날 저물도록 몰랐네.. 이 시간쯤이면, 나는 얼마나 많은 가을을 ..

2023.08.19

쌀의 노래 / 이해인

쌀의 노래 / 이해인 나는 듣고 있네 내 안에 들어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는 한 톨의 쌀의 노래 그가 춤추는 소리를 쌀의 고운 웃음 가득히 흔들리는 우리의 겸허한 들판은 꿈에서도 잊을 수 없네 하얀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엄마의 마음으로 날마다 새롭게 희망을 안쳐야지 작은 양의 쌀이 불어 많은 양의 밥이 되듯 적은 분량의 사랑으로도 나눌수록 넘쳐나는 사랑의 기쁨 갈수록 살기 힘들어도 절망하지 말아야지 밥을 뜸 들이는 기다림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희망으로 내일의 식탁을 준비해야지 지난 8월 18일이 쌀의 날이었습니다 농업, 먹거리의 중요성이 경시되는 세상 민심이 안타깝습니다 식량 자금률이 19%대에 머무르는데 ----\

2023.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