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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 류시화
시월은 안사돈들이 나란히 나와서혼례의 촛불을 밝히는 달,
우리나라의 단풍은 이 한 달을
북에서 남으로 걸어서 내려오느니
휴일에는 한줄금 비를 데리고
빗속에 우산을 들고
플라타너스 잎 지는 거리에 나서면
우중충한 소문들도 잠시 귓전에서 멀어진다
우산 하나로
헛되고 욕된 세상을 비껴갈 수야 없지만
새벽마다 길섶 찬 이슬로
더욱 맑아지던 풀벌레의 울음소리
이 차가운 빗속에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리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찻집에 들러 혼자라도 좋으니잘 끓인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맛보며
월명 시인의 제망매가
몇 구절을 떠올리고 싶느니.가을비를 그대에게 / 정연화
그대가 사는 그곳에도
비가 내리나요?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가을비에 젖고있어요
파르르 떨고있는 들꽃이
안스럽기도 하고
먼산에 드리워진 안개가
그리움을 보태기도 합니다
더 오래 보고 있다가는
눈물이 날것 같아요
일해야겠어요
나머지 풍경속의 가을비는
그대에게 보냅니다
홀로 가을비와 커피와 마주한
지금 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헤아려 주세요'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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