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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내리는 밤
    2023. 9. 20. 21:44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 류시화


    시월은 안사돈들이 나란히 나와서

    혼례의 촛불을 밝히는 달,


    우리나라의 단풍은 이 한 달을
    북에서 남으로 걸어서 내려오느니
    휴일에는 한줄금 비를 데리고

    빗속에 우산을 들고
    플라타너스 잎 지는 거리에 나서면
    우중충한 소문들도 잠시 귓전에서 멀어진다


    우산 하나로
    헛되고 욕된 세상을 비껴갈 수야 없지만

    새벽마다 길섶 찬 이슬로
    더욱 맑아지던 풀벌레의 울음소리


    이 차가운 빗속에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리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찻집에 들러 혼자라도 좋으니​

    잘 끓인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맛보며


    월명 시인의 제망매가
    몇 구절을 떠올리고 싶느니.  

     

     

    가을비를 그대에게 / 정연화​

    그대가 사는 그곳에도
    비가 내리나요?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가을비에 젖고있어요

    파르르 떨고있는 들꽃이
    안스럽기도 하고
    먼산에 드리워진 안개가
    그리움을 보태기도 합니다

    더 오래 보고 있다가는
    눈물이 날것 같아요
    일해야겠어요
    나머지 풍경속의 가을비는
    그대에게 보냅니다

    홀로 가을비와 커피와 마주한
    지금 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헤아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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