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단풍 보러 2

농돌이 2015. 11. 3. 10:00

단풍 / 박숙이

그가 물었다

나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오랜 고심 끝에 나는 대답했다
마음에 담아본 적이 없다고
그랬더니, 며칠만에 쓸쓸히 찾아온 그
짐승처럼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어쨌든 속수무책으로 서로의 본능을 다 태웠다

아 나의 저항이 오히려
그의 태도를 확실히 불붙도록 만든 셈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대책 없이 건드린 죄여
네가 다 책임져라!

 

애기들이 은행단풍에 몰두 합니다

 

 

 

단풍잎의 말씀 / 정연복

한세상 살아가는 일

별것 아니란다

마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
곱게 물들여 가면 되는 거야.  

비바람 맞고
찬이슬에 젖으면서도

작고 힘없는 나도
굳세게 걸어온 이 길인데

하물며 사람인 네가
생을 겁낼 필요가 어디 있겠니.


 

어르신들이 폭포 위에서 한가로이 쉬십니다

가을 풍경과 하나가 되어, 아름답습니다

 

야 단풍이다 / 신현정

지나가는 누구들이 무수히 입을 맞추고 가지 않은 다음에야
저리 황홀해 할 수가 있겠는가
숨이 막히도록 퍼붓는
입맞춤에 입맞춤에
혼절, 혼절, 또 혼절. 


 

 

 

단풍 / 김태인
  
산을 넘던 무지개
산허리에 걸려 넘어진다
찢겨진 살 틈에서
핏방울이 흘러 골짜기에 고이자
나무들이 절기의 붓을 빼 들어
제 옷에 찍어 바르고 있다
윗도리부터 아랫도리까지


 

 

순환버스, 단풍이 하나의 그림입니다

 

단풍나무  한 그루 / 안도현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 죽여야겠다고
가을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 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팔각정이 단풍, 산님들과 가을 풍경을 연출합니다

내장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가을 단풍 / 오보영

더 이상
속 깊숙이 감춰둘 수 없어서
더 이상
혼자서만 간직할 수 없어서

세상 향해 고운 빛깔
뿜어내었다

반겨주는 이들 위해
활짝 웃었다

갈바람에 시린 가슴
달래주려고

파란 하늘 병풍에다
수를 놓았다


 

 

 

 

단풍나무 / 김현주

단풍나무, 붉게 물들고 있었지요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날들 이어지더니
가을이 오고 말았지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나는
산에 올라 못되게도
단풍나무에게 다 뱉어내
버렸지요 내 부끄러운 마음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아, 단풍나무,
고만, 온몸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데요
내 낯빛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뻔뻔해질수록
가을산마다, 단풍나무
붉게붉게 물들고 있었지요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래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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