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오세영 시인-

농돌이 2014. 2. 1. 09:00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2013년 3월 무등산 장불재 아래서 촬영한 복수초입니다

금년에 이 진객을 보러 가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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