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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미꽃
    2015. 5. 30. 19:32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장미 / 용혜원

         

    욕심이었습니다.

    나만이 소유하기에는

    그대를 사랑하지만

    사랑을 다 고백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을

    홀로 갖고자 하면 할수록

    상처의 아픔이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대를 통하여

    사랑의 진실을 알았습니다.

    나만의 사랑으로만 만들면

    아름다움도 고통으로만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입니다.

    그대의 사랑을 나누면

    나만의 기쁨이 아니라

    서로의 기쁨이 되고

    우리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사랑의 본질을 깨달았습니다.

     

    장미 한 송이 / 용혜원   

     

    장미 한 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 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 다발이 아닐지라도

    장미 한 송이 사들고

    찾아갈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꽃을 받는 이는

    사랑하는 님이 있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가시 / 정호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모시는 말씀 - 장미의 이름으로 / 권천학


    가시를 갈아 꾹꾹 눌러 쓴 초청장을 보냅니다 

    초록 바퀴를 가진 바람 우체부 편에 

    짤막한 파티 

    절정에 이른 몸짓으로 밤잠 설치며 겹겹이 타오를 줄 아는 

    당신만을 모십니다 

    들숨과 날숨 사이 

    빗물에 적신 햇볕을 끼워 짠 아랑주(紬)에 

    살점을 문질러 진하게 물들인 

    새빨간 야회복을 입고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꼭 오신다면 

    몰래 감추어둔 꽃술 한잔도 마련하겠습니다 

    5월이라고 쓴 팻말을 따라 

    꿈의 계단으로 올라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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