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새벽!

농돌이 2015. 5. 31. 09:30

소망 / 김상현


내 눈 밖에 보이는
저 세상이
전부 시인데
내 생각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어느 날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옮겨 시를 쓰고
내가 말하는 것이
모두 시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꿈을 꾸며
하루하루
나는 늙어간다. 

 

 

시의 기도 / 정유찬

그저 글씨가
되지 않게 하소서

돌을 쪼아 새겨 넣은
느낌이 되어
가슴 깊이
패이게 하소서

슬프거나
아름답거나
그래서 감상적인
시로 남을 바에는

차라리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어
아픔을 주게 하소서

싸가지 없다고
욕을 처먹어 배부를 시

훗날 문득 기억되어
당신이 같은 삶을
달리 볼 수 있다면 행복할

그런 시가 되게 하소서  

 

나에게 묻는다 / 홍해리

詩가, 나에게 묻는다.
네가, 네가 詩人이냐?
네가 쓴 것들이 詩냐?
아, 詩들아, 미안하다!
아, 詩에게, 부끄럽다!
나는, 나는, ...... 

 

 

쉬운 詩 / 고영조

새벽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아내가 말했다
시가 너무 어려우면 누가 읽어요?
가볍게 쓰세요 정직하게
세 시간 차 타고 국도를 달리면서
줄곧 그 생각뿐이었다
쉬운 것이 얼마나 어렵다고
가벼운 것이 얼마나 무겁다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답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아내는 나를 너무 깊이
알아 버렸다
감출 수 없었다
언제나 詩는 저 홀로 무겁고
먹어 치운 삶은 가벼웠다

온몸이 붉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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