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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시모음
    2015. 6. 1. 07:12

    2015년도 이제 절반을 지난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난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이 아침에

    잠시 생각해 본다

     

     

    6월/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 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6월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은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6월 /이외수

     

    바람 부는 날은 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6월 / 황금찬

     

    6월은

    녹색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6월엔 내가 /이해인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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