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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낙조(落照) / 황동규
'서방(西方)으로 간다'는 동서양 말 모두 죽는다는 뜻이고
오늘 태안 앞바다 낙조는
서쪽으로 갈매기 한 떼를 날리며
바다 위에
한없이 출렁이는 긴 붉은 카펫을 깔았다.
죽을 땐 그 위를 걸어
곧장 가라는 뜻이겠지.
저고리와 고름 채 안 보이지만
하늘이 붉은 치마 반쯤 풀고
카펫 하도 황홀히 출렁여 정신없으리.
제대로 가지 못하고
도중에 멍하니 발길 멈추리.
두 세상 사이에 서서 오도 가도 못 하고.
황동규,『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문학과지성사, 2003)
명절, 긴 연휴를 보내고, 아들과 낙조를 바라보며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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