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를 바라보며

농돌이 2022. 9. 13. 18:39

황해 낙조(落照) / 황동규

'서방(西方)으로 간다'는 동서양 말 모두 죽는다는 뜻이고

오늘 태안 앞바다 낙조는

서쪽으로 갈매기 한 떼를 날리며

바다 위에

한없이 출렁이는 긴 붉은 카펫을 깔았다.

죽을 땐 그 위를 걸어

곧장 가라는 뜻이겠지.

저고리와 고름 채 안 보이지만

하늘이 붉은 치마 반쯤 풀고

카펫 하도 황홀히 출렁여 정신없으리.

제대로 가지 못하고

도중에 멍하니 발길 멈추리.

두 세상 사이에 서서 오도 가도 못 하고.

 황동규,​『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문학과지성사, 2003)

 

 

명절, 긴 연휴를 보내고,  아들과 낙조를 바라보며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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