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 박노해
    2022. 9. 20. 08:11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 박노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꽃
    수국이 피고 나면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자신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자신이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꽃은 서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찿아가는 하루 되십시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서산 억세풀 상태?  (7) 2022.09.27
    밀양 천황산 -제약산 억세 산행  (5) 2022.09.25
    오래된 가을 / 천양희  (2) 2022.09.18
    낙조를 바라보며  (7) 2022.09.13
    아침 / 이해인  (7) 2022.09.09

    댓글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