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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주기를 지나면서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 / 오정국 섣불리 손댈 수 없는 얼굴 이마에 재를 바르고 이마에 재를 바른 손가락을 헤아려 본다 거기에 매달렸던 기도와 눈물을 나는 재의 얼굴로 거리를 지나간다 재의 얼굴은 사막 여행자 같다 양의 귀에 내 죄를 속삭이고 칼자루에 힘을 줬던 벌판, 수천 겹의 밤길을 헤쳐 온 낡고 거친 이마를 씻고 문지르지만 재의 얼굴은 무심하다 재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는다 나는 재의 얼굴로 나를 지나간다 눈구멍을 움막처럼 열어 둔 채 벙거지 하나 걸치고 매일매일 딴 세상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애도하면서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분, 삶의 역동적인 움직임, 부존재에서 찾아오는 공허함을 깊이 느낌니다 또 지나갑니다

2022.05.23

장태산 자연휴양림 연초록에 취하는 날

구역면적은 815,855㎡, 1일 수용인원은 6,000명인 자연휴양으로 1970년대부터 조성된 국내 유일의 메타세쿼이아 숲이 울창하게 형성되어 있어 이국적인 경관과 더불어 가족단위 산림욕을 즐기는 이용객이 즐겨 찾는 휴양림으로유명하다.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전국 최초로 민간인이 조성·운영하여 왔으나, 2002년 2월 대전광역시에서 인수한 후 새롭게 개축하여 2006년 4월 25일부터 개방하게 되었다. 자연 상태의 잡목 숲을 배경으로 평지에 고유 수종인 밤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등 유실수, 소나무, 두충 등을 계획적으로 조림했고, 미국에서 들여온 메타세쿼이아, 독일 가문비나무 등 외래 수종을 배열하여 독특하게 조성했다. 산 입구 용태울저수지를 지나면서 휴양림이 펼쳐지고 산 정상의 형제바위 위에 있는 전망대..

2022.05.21

가지 못한 길 / 김윤진

가지 못한 길 / 김윤진 가지 못한 한 갈피 접었지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한 걸음 나아본다 깊은 명상 속에서 해후하고도 미련은 미련대로 아름다웠다 하자 생각마저도 야속한 죄가 된다면 또 다른 운명이라 다가오는 건 어쩌리 가고 싶은 한 길 못 갔지만 생각은 앞서 산 정상에 다다른다 오르막길을 가지 못한 나약한 이기심이 바닥을 기는 자괴감으로 사지의 힘을 나직나직 떨어뜨린다 지레 놓아버린 인연은 하늘로 흩어졌다 멀리, 갈망조차 할 수 없이 아주 멀리 그래서 그만 자리에 눕고 말았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 큰 아품을 기억해야 하는 날 입니다 시끄럽고, 부산하지만,,,, 묵묵히 함께 살아온 사람들! 앞으로 전진하는 오늘이길 소망합니다

2022.05.18

2021년 11월 개통한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 걷기

0, 트래킹 코스: 순담매표소 ~ 드르니매표소 0, 트래킹 거리 : 3,6km 0, 트래킹 시간 : 동네 산책 수준 1시간 30분 0, 주소 : 강원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78-2 0, 방문 가능 시간 : 월,수,목,금,토,일 09:00 ~ 16:00 (동절기 일몰관계로 ~15:00마감) 입장료는 1만원인데, 5천원 지역 상품권으로 주시니까? 오천원입니다 레프팅 명소인데 가뭄으로 물이 적어서 아쉽습니다 대신 심쿵한 잔도길과 출령다리로 이어집니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도감포)에서부터 북쪽으로 임진강을 거슬러 마치 병풍을 쳐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수직의 주상절리가 수 킬로미터에 걸쳐 발달해 있는 국내에서도 유일한 곳이다. 북한 평강군 오리산과 680m 고지에서 분출한 용암은 옛 한탄강의 낮..

2022.05.15

철쭉 정원에 앉아

내 삶이 잔잔했으면 좋겠습니다/조미하 내 삶이 잔잔했으면 좋겠습니다 쉽게 성내지 않고 쉽게 흥분하지 않으며 흐르는 물처럼 고요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표시 내지 않고 혼자서 간직하다 금방 평온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이 내 뜻과 다르게 흘러가서 힘이 부쳐 쉬고싶을 때 그냥 맘 가는 대로 훌쩍 떠나는 용기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더 나이를 먹게 되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것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것에 익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행복을 오래오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세상에 가르침을 주신 스승의 날로써,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만나고, 진심어린 가르침이 씨앗이 되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피워낸 스승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는 날 입니..

2022.05.15

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

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 떨어지는 꽃들은 언제나 이런 소리를 냈다 순간 순간 나는 이 말들을 밤새워 외우고 또 녹음하였다 소리를 누르는 받침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 받침이 순간을 받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새벽에 나는 걸어 어느 절벽에 도착하여 그 순간순간의 ㄴ들이 당도할 곳은 있는지 절벽 저 아래를 향해 물었다 이번 생은 걸을 만하였고 파도도 참을 만은 하였으니 태어나면 아찔한 흰분홍으로나 태어나겠구나 그렇다면 절벽의 어느 한 경사에서라면 어떨지 그리하여 내가 떨어질 때는 순간과 순간을 겹겹이 이어 붙여 이런 소리를 내며 순간들 순간들 아주 아주 먼 길을 오래 오래 그리고 교교히 떨어졌으면 화려한 천상의 정원에 서 봅니다 커피처럼 향기로움은 없는 철쭉의 정원이지만, 참 아름답고 행복합니다 하..

2022.05.07

초암산 철쭉을 바라보며

꽃잎이여 / 서지월 한 세상 살아가는 법 그대는 아는가. 물빛, 참회가 이룩한 몇 소절의 바람 옷가지 두고 떠나는 법을 아는가. 눈물도 황혼도 홑이불처럼 걷어내고 갓난아기의 손톱 같은 아침이 오면 우린 또 만나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 꽃이 피는 것과 소유하는 일이 서로 반반씩 즐거움으로 비치고 있는 그 뒤의 일을 우린 통 모르고 지내노니 흉장의 일기장 속 꼭꼭 숨은 줄로만 아는 풀빛, 그리울 때 산 그림자 슬며시 내려와 깔리는 법을 아는가. 눈썹 위에 눌린 천정을 보며 아들 낳고 딸 낳고 나머지는 옥돌같이 호젓이 앉았다가 눈감는 법을 그대는 아는가. 가진 것보다, 보여지는 것에서 큰 행복을 얻습니다 가능하면 돈도 많이 벌고, 가능하면 세상레서 이름도 았으면 좋으련만,,, 부자도, 이름있는자도 아니고요, ..

2022.05.05

개심사의 봄을 벗을 시간

개심사 / 마종기 구름 가까이에 선 골짜기 돌아 스님 한 분 안보이는 절간 마당. 작은 불상 하나 마음 문 열어놓고 춥거든 내 몸 안에까지 들어오라네. 세상에서 제일 크고 넓은 색깔이 양지와 음지로 나뉘어 절을 보듬고 무거운 지붕 짊어진 허리 휜 기둥을, 비틀리고 찢어진 늙은 나무 기둥들이 몸을 언제나 단단하게 지니라고 하네. 절 주위의 나무 뿌리들은 땅을 헤집고나와 여기 저기 산길에 드러누워 큰 숨을 쉬고 어린 대나무들 파랗게 언 맨손으로 널려진 자비 하나라도 배워보라 손짓하네. 현존하는 당우로는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하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94호인 명부전(冥府殿),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58호인 심검당(尋劍堂), 무량수각(無量壽閣)·안양루(安養樓)·팔상전(八相殿)·객실·요사채 ..

2022.05.04

5월은 아름답습니다 / 윤보영

5월은 아름답습니다 / 윤보영 5월은 아름답습니다 5월에는 꽃답게 핀 꽃이 아름답고 비 갠 하늘이 아름답고 목청열린 새소리가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이 아름답고 내 생각이 아름답고 내 행동 조차 아름답습니다 5월이 아름다운 것은 장미꽃을 피우듯 내 안에 당신이 미소로 와있기 때문입니다 5월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모든 것을 다 아름답게 해주는 당신 바로 당신 때문입니다 감사할 것 많은 5월의 첫 날 입니다 조금은 어렵고, 투덜거릴 것이 있어도 행복하십시요

2022.05.01

고창읍성(모양성) 한바퀴 밟기

고창은 우리나라에서 군 단위로는 최대의 고인돌 밀집지역이다. 고창읍성(모양성)과 선운사, 그리고 동리 신재효와 미당 서정주의 고장인 고창은 삼한시대인 마한의 54개 소국 가운데 "모로비리국"의 시초로 열리기 시작, 백제 때에는 "모량부리현" 또는 "모양현"으로 불렸고 고려시대 이래 "고창현"으로 불렸다. 고창은 방장산을 긴 노령산맥을 등허리에 안고, 서해에 연해지면서 자리한 고을터이다. 특히 고창은 전북의 삼신산 중 하나인 방장산 여맥이 이어져 일으켜 세운 곳이다. 방장산이 좌우로 펼쳐져 고창군 일대를 광할한 대지로 만든다. 고창은 풍수지리학상, 오행에 적합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드문 지역으로 동쪽과 남쪽이 높은 반면 서북쪽이 낮게 형성되어 통풍과 햇빛이 골고루 퍼져 농작물 재배는 물론 인간의 두뇌 형성..

2022.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