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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객 / 정현종

가객 / 정현종 세월은 가고 세상은 더 헐벗으니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새들이 아직 하늘을 날 때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가니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 무슨 터질 듯한 立場입장이 있겠느냐 항상 빗나가는 구실 무슨 거창한 목표가 있겠느냐 나는 그냥 노래를 부를 뿐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는 동안 나그네 흐를 길은 이런 거지 저런 거지 같이 가는 길 어느 길목이나 나무들은 서서 바람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데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사람들이 걸신걸신을 섬기는 동안 하늘의 눈동자도 늘 보이고 땅의 눈동자도 보이니 나는 내 노래를 불러야지 우리가 여기 살고 있는 동안 ----- 낮술로 붉어진 아, 새로 칠한 뺑끼처럼 빛나는 얼굴, 밤에는 깊은 꿈을 꾸고 낮에는 빨리 취하는 낮술을 마시리라 ..

2022.06.14

저녁노을 / 도종환

저녁노을 / 도종환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저녁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 나오는 해의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 가을산을 물들이고 느티나무 잎을 물들이는 게 저무는 해의 손길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구름의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는 내 시가 당신의 얼굴 한쪽을 물들이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 사라지는 저녁노을이기를, 내 눈빛이 한 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 시가 끝나면 곧 어둠이 밀려오고 그러면 그 시는 내 최후의 시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내 시집은 그때마다..

2022.06.14

봉화 오지 트래킹,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 협곡 걷기

봉화 낙동강, 우리나라 대표 오지, 협곡 트래킹 입니다 0, 트래킹 코스 : 분천역~비동승강장~양원역~승부역(열차탑승 빽) 0, 트래킹거리 : 12km 0, 트래킹시간 : 빡빡하게 5시간 1코스 : 낙동강비경길(승부역~양원역 5,6km 2시간) 2코스 : 체르마트길(양원역~비동승강장 2,2km 1시간) 3코스 : 세평하늘길(비동승강장~분천역 4,3km 1:30분 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 먼저 꽃구경 하고 걸어 보겠습니다 한 세상 사는 것 / 이외수 그대여 한 세상 사는 것도 물에 비친 뜬구름 같도다. 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 살아 있을 때는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 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 얼마전 천국행 열차를 타신 이외수 선생님을 생각해봅니다 장마가 얼마 안남..

2022.06.12

미스터 쎤샤인 촬영지 지리산 천은사 걷기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이다. 화엄사·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의 하나로서, 828년(흥덕왕 3) 인도 승려 덕운(德雲)이 창건하였으며, 앞뜰에 있는 샘물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하여 감로사(甘露寺)라 하였다. 그 뒤 875년(헌강왕 1)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중건하였고, 고려 충렬왕 때에는 남방제일선찰(南方第一禪刹)로 승격되었다가 임진왜란의 전화로 완전히 불타버렸으나, 1610년(광해군 2)에 혜정(惠淨)이 중창하였고, 1679년(숙종 5)에 단유(袒裕)가 중건하여 천은사라 하였다. 중건 당시 감로사의 샘가에는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났으므로 한 승려가 이를 잡아 죽였더니 그 뒤로부터는 샘이 솟아나지 않았고, 샘이 숨었다 해서 천은사로 개명하였다 한다. 절 이름을 바꾼 뒤..

2022.06.11

청송 주왕산 짙은 신록 속으로

0, 산행코스 : 상의주차장-대전사-용추폭포-절구폭포-용현폭포-상의주차장 0, 산행시간 :4시간 집에서 01시 출발하여 4시간을 달리고,,,, 주산지를 보고서 대전사에 오니 아직 덜 밝았습니다 대전사가 방문객이 없어서 이곳 저곳 놀아 봅니다 햇살이 밝아옵니다 게곡으로 걸어 갑니다 계곡에도 물이 별로 없습니다 가뭄이 큰 주왕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엄청난 암릉들을 구경합니다 신록이 짙어 오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게절마다 다른 느낌이지만, 웅장함에 기가 죽습니다 폭포가 있는 협곡으로,,, 돌아본 모습입니다 산에게 나무에게 / 김남조 산은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산을 찾아갔네 나무도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나무 곁에 섰었네 산과 나무들과 내가 친해진 이야기 산은 거기에 두고 내가 산을 내려왔네 내가 나무를 떠나왔..

2022.06.06

명상 / 법정스님

명상 / 법정스님 ​ 명상은 조용히 지켜보는 일이다. 사물의 실상을 지켜보고 내면의 흐름을, 생각의 실상을 고요히 지켜보는 일이다. ​ 보리달마는 "마음을 살피는 한 가지 일이 모든 현상을 거두워들인다"고 했다. ​ 지식은 기억으로 부터 온다. 그러나 지혜는 명상으로부터 온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움튼다. 안으로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일 이것을 일과 삼아 해야 한다. ​ 모든 것이 최초의 한 생각에서 싹튼다. 이 최초의 한 생각을 지켜보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 명상은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이다. 안으로 충만해지려면 맑고 투명한 자신의 내면을 무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명상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훈련이다. 명상은 절에서, 선방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활짝 열기..

2022.06.06

주산지의 가뭄

흔적 남기기 / 강남주 한 마리 짐승이었다 나는 나무 등걸에 몸 부비며 비늘을 짓이기고 털을 붙이고 잡아먹을까 잡혀 먹힐까 살기를 다툼하면서 나만 챙겼다 산야를 달리고 또 달려 영역을 넓히겠다고 오줌 누고 이빨 내밀며 안간힘 했다 결국 흔적도 없어질 목숨인 것을 뭔가 남기려고 기를 썼지만 끝내 한 마리 짐승이었다 나는 오늘 아침의 기운으로 보면, 가정이 평화롭고, 행복하다 ㅋㅋ 사랑하는 아들은 헌혈을 하고, 딸은 휴일 근무를 떠나고,,,, 옆에 두고 싶어서 이러고 저러고,,, 주산지의 아침을 보려고 너무 이른 새벽에 떠났습니다 마음 가는대로 안되는 것, 가뭄으로 상상한 풍경은 없지만, 질리지 말라고 새로움을 보여 주네요 가슴으로 시작하고, 떠나는 봄 입니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알지요 푹신 비에 젖은 몸..

2022.06.01

초여름 용봉산에서 만나다

0, 산행경로 : 구룡대주차장-병풍바위-용바위-마애불-악귀봉-노적봉-정상-최영장군활터-주차장 0, 산행 목적 : 암릉소나무와 친구들 만나기 ㅎ 첫여름 / 홍해리 비가 내리고 드디어 비가 내리고 나에게 여름이 왔다. 봄은 봄대로 꽃이 피었으나 나는 향기로운 꽃의 둘레 그 머얼리서 서성이고 있었다. 젖은 골목을 찾아 젖은 꿈의 뒷길로 가는 어귀에서 식은 땀을 떨구며 헤매고 있었다. 더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여러 갈래로 난 길목에 와서 스물 몇 해를 헤아리고 있었다. 먼 하늘과 막막한 벌판과 어둔 밤과 아픈 눈물 속을 혼자서 걷다 걷다 지친 후에, 첫여름은 왔다 가슴 홀로 뛰고 입술이 타는 꽃이 꽃다이 보이는. 비가 내리고 드디어 비가 내리고 나에게도 여름이 왔다. 일정이 있어서, 산악회에 동참하지 못하고,..

2022.05.31

고요하다는 것/ 김기택

고요하다는 것/ 김기택 고요하다는 것은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 고요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당신은 곧 수많은 작은 소리 세포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숨소리…… 바람 소리 속에 숨어 있는 갖가지 떨리는 소리 스치는 소리 물소리 속에서 녹고 섞이고 씻기는 소리 온갖 깃털과 관절들 잎과 뿌리들이 음계와 음계 사이에서 서로 몸 비비며 움직이는 소리를 보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여운이 끝난 자리에서 살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그 희미한 소리와 소리 사이에서 새로 생겨나고 있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소리와 움직임은 너무 촘촘해서 현미경 밖에서는 그저 한 덩이 커다란 돌처럼 보이겠지요 그러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은..

2022.05.28

봄을 지나오다

풍경을 위로하다/임송자 사람들이 떠난 마을 운양리를 지나오다 아직 기척이 없는 개나리 몇 가지를 덜어냈다 봄을 좀 끌어당기고 싶었다 마을은 더 이상 유기적이지 못하고 빈 마당을 쓸고 있는 바람과 떠나지 못한 붉은 찔레 열매가 헛일처럼 적적하다 마른기침에 좋다는 그 열매를 따려는데 손등을 긁어대며 말을 거는 찔레 덤불에게 가능한한 애절하게'찔레꽃'을 불러주었다 가만 있으면 외로움이 밀려들기 때문일까 기울어진 문간은 열고 닫는 일을 잊지않으려는듯 있는 힘을 다해 삭은 무릎을 삐걱인다 집과 집 사이 제 할 일이 없어진 탱자나무 울타리는 늙은 퇴직자처럼 맥이 빠지고 부드럽고 둥근 경계를 대신하던 살구나무 목련도 허한 봄을 어찌 나눠 쓸까 걱정이다 추억은 먼데서 데려올수록 테두리가 선명하고 곱다고 했지 먼데것들이..

20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