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시 8

2월의 시/홍수희

2월의 시/홍수희 아직은 겨울도 봄도 아니다 상실의 흔적만 가슴께에서 수시로 욱신거린다 잃어버린 사랑이여, 아직도 아파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더 울게 하고 무너진 희망이여, 아직도 버려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쓴 잔을 기꺼이 비우게 하라 내 영혼에 봄빛이 짙어지는 날 그것은 모두 이 다음이다 오늘도 집콕합니다 ㅠㅠㅠ

2021.02.06

희망에게 / 이해인

희망에게 / 이해인 하얀 눈을 천상의 詩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깎아먹는 한 조각 무우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 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일상에 새 옷을 입혀 줍니다 남이 내개 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청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2020.02.01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 / 이채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 / 이채 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 나는 뿌리일 게다 뿌리가 빛을 탐하더냐 행여라도 내 삶의 전부가 꽃의 표정이라고는 생각하지 마 꽃이 필 때까지 나는 차가운 슬픔의 눈물이었어 잎이 돋을 때까지 나는 쓰라린 아픔의 몸부림인 걸 알고 있니 나무가 겨울일 때 뿌리는 숨결마저 얼어붙는다는 걸 꽁꽁 얼어버린 암흑 속에서 더 낮아져야 함을 더 깊어져야 함을 깨닫곤 하지 힘겨울수록 한층 더 강인해지는 나를 발견해 그 어떤 시련도 내 꿈을 빼앗아가진 못하지 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 나는 분명 뿌리일 게다 뿌리가 흙을 탓하더냐 다만 겨울을 견뎌야 봄이 옴을 알뿐이지 시작은 처음부터인데 중간부터 보고싶을까? 입춘에는 환하게 봄빛으로 마중나가야겠습니다

2018.02.02

2월,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인간은 누구나 소유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대상을 완전무결한 자기 소유로 삼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요 아예 그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내 꺼는 없어, 라는 말을 대부분이 진리처럼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오늘 제가 어떤 대상이든지 영원한 내 꺼로 만드는 비결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 대상이 그대가 존재하는 현실 속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순간 그 대상은 영원한 내 꺼로 등재됩니다 비록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그대의 영혼 속에 함유되어 있습니다 다시 새로운 한 날이 시작되고 있습니..

2018.01.31

2월의 시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인간은 누구나 소유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대상을 완전무결한 자기 소유로 삼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요 아예 그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내 꺼는 없어, 라는..

2017.02.01

2월에 읽는 시!

2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모든 것이 순탄하리라고 믿기로 한다 꼭 그럴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한다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고 푸릇푸릇 잎이 자랄 때 나의 하루하루도 그러하리라고 햇살이 따뜻하니 바람도 곱고 아늑하리라고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이 넓은 세상에 새로운 길 하나 내어 보기로 한다 길이라 함은 누군가 걸었기에 길이 된 것이리 아무도 걷지 않았다면 길이 될 수 없겠지 큰길에는 분명 수많은 발자욱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 하나하나의 눈물과 고뇌가 흐르고 흘러 강물 같은 길이 되었을 것이다 바람에 가지가 휘어지고 잎새 우는소리 들려와도 담담한 용기를 가져보기로 한다 봄은 그리 길지 않고 하루의 절반도 어둠이지 않던가 새들의 노랫소리가 위안이 되고 그 길에서 이름 모를 풀꽃들이 나를 반겨줄..

2016.02.03

2월 편지/홍수희

2월 편지 -홍수희 시인-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이 꽃은 페친이 보내준 사진입니다

2014.02.01

2월-오세영 시인-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2013년 3월 무등산 장불재 아래서 촬영한 복수초입니다 금년에 이 진객을 보러 가야합니다

201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