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 3

노을 무덤 / 이성선

노을 무덤 / 이성선아내여 내가 죽거던흙으로 덮지는 말아 달라언덕 위 풀잎에 뉘여붉게 타는 저녁놀이나 내려이불처럼 나를 덮어다오그리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 있으면보게 하라여기 쓸모없는 일에 매달린시대와는 상관없는 사람흙으로 묻을 가치가 없어피 묻은 놀이나 한 장 내려덮어 두었노라고살아서 좋아하던 풀잎과 함께 누워죽어서도 별이나 바라보라고.삶도 인생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기를 소망합니다

2025.04.16

시다의 꿈 / 박노해

시다의 꿈 / 박노해 긴 공장의 밤 시린 어깨 위로 피로가 한파처럼 몰려온다 드르륵 득득 미싱을 타고, 꿈결 같은 미싱을 타고 두 알의 타이밍으로 철야를 버티는 시다의 언 손으로 장밋빛 꿈을 잘라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을 싹뚝 잘라 피 흐르는 가죽본을 미싱대에 올린다 끝도 없이 올린다 아직은 시다 미싱대에 오르고 싶다 미싱을 타고 장군처럼 당당한 얼굴로 미싱을 타고 언 몸뚱아리 감싸 줄 따스한 옷을 만들고 싶다 찢거진 살림을 깁고 싶다 떨러 오는 온몸을 소름치며 가위질 망치질로 다짐질하는 아직은 시다, 미싱을 타고 미싱을 타고 갈라진 세상 모오든 것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싶은 시다의 꿈으로 찬 바람 치는 공단거리를 허청이며 내달리는 왜소한 시다의 몸짓 파리한 이마 위으로 새벽별 빛나다 오랜 지인의 생일에 ..

2023.01.26

그리움 / 이시영

그리움 / 이시영 두고 온 것들이 빛나는 때가 있다 빛나는 때를 위해 소금을 뿌리며 우리는 이 저녁을 떠돌고 있는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등불 하나 켜든 이 보이지 않고 등불 뒤에 속삭이며 밤을 지키는 발자국소리 들리지 않는다 잊혀진 목소리가 살아나는 때가 있다 잊혀진 한 목소리 잊혀진 다른 목소리의 끝을 찾아 목 메이게 부르짖다 잦아드는 때가 있다 잦아드는 외마디소리를 찾아 칼날 세우고 우리는 이 새벽길 숨가쁘게 넘고 있는가 하늘 올려보아도 함께 어둠 지새던 별 하나 눈뜨지 않는다 그래도 두고 온 것들은 빛나는가 빛을 뿜으면서 한 번은 되살아나는가 우리가 뿌린 소금들 반짝반짝 별빛이 되어 오던 길 환히 비춰주고 있으니 기다림과 바램은 차이가 있을까? --- 누구에게나 공정히 주어지는 시간, 그 속에서 잠시..

202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