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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삶 2015. 4. 8. 16:31
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 社稷公園(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비 내리는 날,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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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삶 2015. 4. 5. 09:00
도시의 가로등은 사람도, 낭만도 있을 것이다 시골의 가로등은 늘 혼자다 저 가로등 처다보며 징징거리는 이도, 쉬하는 이도,,,, 없다 제대로 쓸쓸한 가로등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소명은 있다 밤을 지킨다 어둠 속 평화를 지킨다!!! 가로등 / 나태주 밤 안개는 몸에 해롭대요 치마 벗고 밤거리에 나선 누군가의 아낙. 가로등을 보면서 / 김민소 모두가 비상을 꿈꿀 때도 네 꿈은 가장 낮은 곳에 있다 부와 명예를 위한 관심도 없다 오직 살고 싶은 생명을 위해 고압전류에 온몸을 녹이면서 빛살을 아낌없이 뿜어댄다 어두울수록 눈부신 너는 그 찬란한 열꽃을 피우면서 꿈을 잉태하는 동화가 된다 너를 닮고 싶다 누더기 같은 마음을 털고 몸으로 사랑을 전할 수 있게 너처럼 살고 싶다 비릿한 허욕과 결별하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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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시모음산 2015. 4. 4. 21:42
봄 비 내리는 저녁입니다 아내와 가까운 암자로 산책을 갔다가 진달래꽃을 담았습니다 3월은 보내고, 행복한 4월 맞이하세요!!! ------------- 4월 /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우리는 한때 두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 류시화 우리는 한 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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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 태우기-들불!농부이야기 2015. 4. 4. 21:35
지난 일요일 어머니 집으로 저녁하러 가는데 논에서 아저싸가 볏짚에 불을 놓으신다 가을에 탈곡을 하고, 볏짚을 소먹이로 수거해야 하는데, 가을 장마로 시기를 지났다 겨울 동안 내린 눈으로 또 썩어서 사료로서 가치가 없어서 태우셔야 금년에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위험한 일이다 화재 위험도 있고, 몸에 불이 붙는 사태도 발생하여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들불 / 김충규(1965-) 네 무릎에서 내 무릎 사이에, 그늘이 깊다 누워 조금 뒤척이던 구름이 심심한 표정이다 풀들이 울었다 일 그램의 바람도 없는 한낮인데 풀 쪽으로 너도 나도 귀를 기울이느라 서로의 무릎 사이가 더 벌어졌다 상관없지만 둘 중 하나의 무릎이 모래처럼 흘러내릴 가능성에 대해 하늘에 물어볼 필요는 없다 네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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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에 온 손님!산 2015. 4. 4. 21:16
용봉산에 남산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매년 기다리는 봄 손님입니다 어쩌다 지나치면 또 1년을 기다리는 손님!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것이다. 행복한 저녁되세요! -------------------- 백과사전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름 종소명(種小名) ‘chaerophylloides’는 ‘chaerophylla’ 종과 비슷하다는 뜻인데,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 잎을 뜻하는 ‘cheirophylla’를 잘못 기재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한국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