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 / 김사인 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곁에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그러니 나와 함께 늙어갑시다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 로버트 브라우닝 -- 산 2024.10.09
황매산 억세밭 추억 선한 영향력이 있으니 / 박노해 자신 안에 자리한 악의 능력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자가 있다 자신 안에 커오는 선의 능력을 쉬임 없이 고무시키는 자가 있다 그는 어느 쪽인가 나는 어느 쪽인가 악은 선을 삼켜야만 연명할 수 있으니 선은 악에 맞서야만 커나갈 수 있으니 그러니 선한 이여 악에게 자신을 내어주지 마라 위선을 떨치고 선함을 지켜라 진실로 선한 사람은 나쁜 사회에서도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좋은 삶을 사는 사람 아무리 작아도 선한 존재는 그 자체로 어두운 세상의 등불이니 아무리 무력한 듯해도 선한 사람은 선한 존재 자체로 내뿜는 영향력이 있으니 진실로 선하게 끝까지 선하게 풀꽃 / 남정림 누가 너를 보잘것 없다 했느냐 잠깐 피었다 지는 소임에 실핏줄이 휜히 드러나도록 솜털이 요동칠 정도로 있는 힘.. 산 2022.11.03
희망가 / 문병란 희망가 /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 꼭 찾아온다. 아침 밥 한그릇에 만족합니다 애써서 무엇을 찿거나, 더 좋은 것을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굳.. 삶 2022.10.27
가을 빛 / 이해인 가을 빛 / 이해인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말들도 기도의 말들도 모두 너무 투명해서 두려운 가을빛이다 들국화와 억새풀이 바람 속에 그리움을 풀어헤친 언덕길에서 우린 모두 말을 아끼며 깊어지고 싶다. 온 세상이 가을 입니다 제 방에 오시는 분들,,,, 마음에 가을 하나 들여 놓으십시요. 산 2022.10.15
사랑은 발바닥이다 / 박노해 사랑은 발바닥이다 / 박노해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발바닥이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내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 그 영혼의 낙인이 바로 나이니 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 하늘은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리니 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좀 보자꾸나 못쓸 것이 되어가는 삶에서 가을은 특별합니다 당장 의미가 있건 없건 멈추지도 못합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삶에서 더욱 멈출 수 없습니다 이런 날 말해준다면 두고두고 값을 겁니다 산 2021.10.25
기도 / 신달자 기도 / 신달자 아마 이런 마음일 것입니다. 잘 됐으면, 일이 잘 됐으면, 자녀들이 잘 됐으면, 내 앞으로의 일들이 잘 됐으면... 좋아 졌으면, 안 좋아졌던 모든 것이 다 좋아 졌으면, 내 신앙이 좋아졌으면, 우리 식구들의 믿음이 좋아졌으면, 우리 교회가 날마다 부흥함으로 좋아졌으면.... 육신은 건강했으면, 아픈 몸이 건강했으면, 건강한 몸은 더 건강했으면, 심령에는 은혜가 넘쳤으면, 그리하여 감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는 것이 신나고 즐겁고 행복했으면.. 한 마디로 `복 있는 자`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여러분과 저는 오늘 읽었던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복 있는 자`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3절에 있는 말씀처럼,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 산 2021.10.05
가을이 가고, 그도 가고 / 나호열 가을이 가고, 그도 가고 / 나호열 거리의 끝에서 조등이 걸어온다 하나, 둘, 셋 가슴을 훤하게 비워두고 어둠한 밤길 태우는 종이 냄새 살아 있는 사람만이 울 수 있다 울면서 후르륵 라면을 먹고 울면서 담배를 태울 수 있다 죽음은 죽은 이의 것 왁자지껄한 이 세상의 안부가 자욱한 향불에 가려 가물거린다 어색한 조문객들이 서투르게 서로의 그늘진 얼굴을 숨긴채 무관심하게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는다 울지 않는 나뭇잎을, 더 세계 밟으면서 저 언덕밑의 조등들, 하늘에 매달린 조등들을 점자로 읽어내고 있다 문장이 되지 않는 몇 줄의 바람을, 남루로 흔들리는 한 생애를, 가을은 누구에게나 금방 왔다가 떠납니다,,,, 이번 가을은 조금 느리더라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기를 소망합나디 산 2020.09.07
가을 정취 물신, 황매산,,,! 가을에는 / 강인호 물소리 맑아지는 가을에는 달빛이 깊어지는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는 쑥부쟁이 꽃피는 가을에는 어인 일인지 부끄러워진다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가을에게 자꾸만 내가 부끄러워진다 산 2019.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