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명소 8

황매산 억세밭 추억

선한 영향력이 있으니 / 박노해 자신 안에 자리한 악의 능력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자가 있다 자신 안에 커오는 선의 능력을 쉬임 없이 고무시키는 자가 있다 그는 어느 쪽인가 나는 어느 쪽인가 악은 선을 삼켜야만 연명할 수 있으니 선은 악에 맞서야만 커나갈 수 있으니 그러니 선한 이여 악에게 자신을 내어주지 마라 위선을 떨치고 선함을 지켜라 진실로 선한 사람은 나쁜 사회에서도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좋은 삶을 사는 사람 아무리 작아도 선한 존재는 그 자체로 어두운 세상의 등불이니 아무리 무력한 듯해도 선한 사람은 선한 존재 자체로 내뿜는 영향력이 있으니 진실로 선하게 끝까지 선하게 풀꽃 / 남정림 누가 너를 보잘것 없다 했느냐 잠깐 피었다 지는 소임에 실핏줄이 휜히 드러나도록 솜털이 요동칠 정도로 있는 힘..

2022.11.03

희망가 / 문병란

희망가 / 문병란​ ​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 꼭 찾아온다. 아침 밥 한그릇에 만족합니다 애써서 무엇을 찿거나, 더 좋은 것을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굳..

2022.10.27

사랑은 발바닥이다 / 박노해

사랑은 발바닥이다 / 박노해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발바닥이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내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 그 영혼의 낙인이 바로 나이니 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 하늘은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리니 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좀 보자꾸나 못쓸 것이 되어가는 삶에서 가을은 특별합니다 당장 의미가 있건 없건 멈추지도 못합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삶에서 더욱 멈출 수 없습니다 이런 날 말해준다면 두고두고 값을 겁니다

2021.10.25

기도 / 신달자

기도 / 신달자 아마 이런 마음일 것입니다. 잘 됐으면, 일이 잘 됐으면, 자녀들이 잘 됐으면, 내 앞으로의 일들이 잘 됐으면... 좋아 졌으면, 안 좋아졌던 모든 것이 다 좋아 졌으면, 내 신앙이 좋아졌으면, 우리 식구들의 믿음이 좋아졌으면, 우리 교회가 날마다 부흥함으로 좋아졌으면.... 육신은 건강했으면, 아픈 몸이 건강했으면, 건강한 몸은 더 건강했으면, 심령에는 은혜가 넘쳤으면, 그리하여 감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는 것이 신나고 즐겁고 행복했으면.. 한 마디로 `복 있는 자`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여러분과 저는 오늘 읽었던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복 있는 자`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3절에 있는 말씀처럼,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

2021.10.05

가을이 가고, 그도 가고 / 나호열

가을이 가고, 그도 가고 / 나호열 거리의 끝에서 조등이 걸어온다 하나, 둘, 셋 가슴을 훤하게 비워두고 어둠한 밤길 태우는 종이 냄새 살아 있는 사람만이 울 수 있다 울면서 후르륵 라면을 먹고 울면서 담배를 태울 수 있다 죽음은 죽은 이의 것 왁자지껄한 이 세상의 안부가 자욱한 향불에 가려 가물거린다 어색한 조문객들이 서투르게 서로의 그늘진 얼굴을 숨긴채 무관심하게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는다 울지 않는 나뭇잎을, 더 세계 밟으면서 저 언덕밑의 조등들, 하늘에 매달린 조등들을 점자로 읽어내고 있다 문장이 되지 않는 몇 줄의 바람을, 남루로 흔들리는 한 생애를, 가을은 누구에게나 금방 왔다가 떠납니다,,,, 이번 가을은 조금 느리더라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기를 소망합나디

202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