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192

내게 사랑은 언제나 마지막이었다 - 박주택-

내게 사랑은 언제나 마지막이었다 - 박주택 - 나의 사랑도 절정으로 치달아 여름이 여름답고 꽃이 꽃다웠지만 저무는 나무 그림자 사이로 오는 저녁처럼 어둠도 어둠에 지쳐 아침을 기다린다 나를 따르는 풍경이며 말들이 나의 눈빛에 물들어 아름다웠을지라도 그 역시 내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네 어두운 겨울 얼음도 문을 닫고는 언 자신에게 눈독 들이는 겨울 내게 사랑을 베푼 것이 사랑 때문만이 아니라 내게서 뿜어대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도 아네 내게 사랑이라고 가르친 많은 것들이 지쳐 돌아가 남은 온기로 몸을 녹이고 있는 밤 나는 작별이 풍기는 향기에 감겨 커튼을 젖히고는 밖에다 사그라지는 나를 훤히 내놓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고 이렇게 살 수도 있다고 2014. 03.16 용봉산 용봉폭포에서,,,, 고요한 ..

2014.03.17

혼자사랑 -도종환 -

혼자사랑 - 도종환 -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가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섯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가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 두고 한번도 말 안하고 이렇게 살게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2013년 세석 2013년 제석봉 운해

2014.03.15

물안개-류시화 -

물안개 /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 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하게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2014.03.13

봄 길-정호승

봄 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2013년 민들레! 하루 종일 봄 비가 내립니다 차분해지고, 휴식이 있는 느낌입니다 시골에 가 보니 분주한 봄 준비에서 모두가 쉬시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비가 끝나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지겠죠? 꽃, 풀,,,,, 아름다운 상상을 하면서 쉬렵니다 행복한 저녁되세요

2014.03.12

파꽃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대파가 꽃을 피웠습니다)

농부이야기 2014.03.11

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 -이석희 -

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 - 이석희 - 산에 가면 산이 되는 줄 알았다 들에 가면 들이 되고 꽃을 보면 예쁜 꽃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만나면 내가 그곳에 가면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내가 되는 줄 알았다 비가 오면 젖어들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 그렇게 내가 산인 줄 알았고 내가 나무인 줄 알았다 햇살 좋은 날은 너럭바위에 온전히 나를 말리며 풀벌레 소리에 난 숲도 되고 바람도 되고 살아가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흙물 들고 꽃물 들면서 서로 닮아가는 줄 알았다 행복한 아침입니다 봄 햇살 맞으러 나가시죠?

2014.03.09

3월의 시 모음

3월/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3월/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201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