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4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신념 , 세상에 ..

2023.03.18

매화삼경 (梅花三更) / 이외수

매화삼경 (梅花三更) / 이외수 그대 외로움이 깊은 날은 밤도 깊어라 문 밖에는 함박눈 길이 막히고 한 시절 안타가운 사랑도 재가 되었다. 뉘라서 이런 날 잠들 수가 있으랴 홀로 등불 가에서 먹을 가노니 내 그리워한 모든 이름 진한 눈물 끝에 매화로 피어나라 올 해도 매화가 피었습니다 언제나 꽃은 피고, 봄은 오지만,,,, 참 새로운 삶의 후반전을 맞이하며 바라보는 꽃은, 조금 안스럽습니다 저 처럼,,, 깊은 성찰과 반성 없이 지내온 시간들이 거울 앞에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을 봅니다

2023.03.15

'굽이 돌아 가는 길 ' - 박노해 -

'굽이 돌아 가는 길 ' - 박노해 - 올곱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길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무넹기에서 섬진강을 바라봅니다 박무로 희미하게 굽이 돌아 갑니다 푸른 애기 신록은 가슴 뛰기에 충분합니..

2014.04.27

섬진강의 봄 - 김용택 시인의 시와 함께,,,,

섬진강 3 - 김용택 -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 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더 키워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그 江에 가고 ..

농부이야기 201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