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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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 박노해산 2022. 9. 20. 08:11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 박노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꽃 수국이 피고 나면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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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고향 가는 길 / 용혜원삶 2021. 9. 20. 21:23
추석에 고향 가는 길 / 용혜원 늘 그립고 늘 보고픈 고향 둥근 달덩이 하늘에 두둥실 더오르는 추석이 다가오면 발길이 가기전에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습니다 어린 날 꿈 가득한 곳 언제나 사랑을 주려고만 하시는 부모님 한 둥지 사랑으로 함께하는 형제자매 학교마당, 마을어귀, 골목길, 냇물가, 동산 어디든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모두 다 보고 싶습니다 점점 나이 들어 가시며 주름살이 많아진 어머님, 어버님 오래오래 건강 하시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 합니다 추석 명절 고향길 엔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마음의 선물있습니다 추석 명절 고향 가는 길엔 우리 가족, 우리 친척, 우리 민족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원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추석 명절 고향 가는 길엔 달만큼이나 환한 가족들의 행복이 가득해져 옵니다 강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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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다 / 나호열삶 2020. 9. 25. 05:43
꽃이 피었다 / 나호열 바라보면 기쁘고도 슬픈 꽃이 있다 아직 피어나지 않아 이름조차 없는 꽃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덮어버리는 한 잎의 향기와 빛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향일성 向日性의 시간의 촛대 위에 담쟁이 넝쿨 같은 촛불을 당기는 일 내 앞에서 너울대는 춤추는 얼굴 그 그림자를 오래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 기쁘고 또 슬프고 슬픔이 터져 혼자서 슬픈사람은 울 곳이 마땅치 않다 지천에 깔린 꽃들은 슬픔을 알고 있다 가을 선운사에서는 세상의 많은 말들이 부질없다 영혼의 씨앗이 뿌려져 꽃 피운 상사화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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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편지 /나호열삶 2020. 9. 22. 08:00
긴 편지 /나호열 풍경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등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숨어 있던 씨앗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날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손금 속으로 사라지는 짧은 그림자 말이지요 너무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솟아올라 고이는 샘물처럼 풍경도 슬픔을 제 안에 채워두어야겠지요 바람을 알아버린 탓이겠지요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입니다 힘찬 하루 여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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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와 우주론 / 박남준삶 2019. 9. 22. 22:02
상사화와 우주론/박남준 크고 높고 화려한 것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의 조화로움에 다 쓰임이 있는 것이다 태양과 행성과 거기 위성이 존재하며 별들의 우주가 반짝이듯이 어제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 솟아오른 것들 이 삼복 더위에 꽃과 잎이 끝내 이름처럼 만날 수 없는 숙명이라지만 때가 되어 이윽고 꽃대를 밀어 올리는 묵묵하고 꿋꿋한 생의 자세 이토록 비상하는 일상이 따로 있을까 눈 들어보면, 귀 기울여보면, 그대 안에, 그대의 문 밖에 내 안에, 내 마음의 멀고 가까운 눈앞 펼쳐져 있는 저 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이 자유인입니다 나로부터의 자유,,, 남으로부터의 자유,,, 스스로 매여있기로부터의 자유인,,,!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지름길 입니다 -- 문화영의 무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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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삶 2019. 9. 14. 20:53
가을 법어(法語) / 장석주 태풍 나비 지나간 뒤 쪽빛 하늘이다 푸새 것들 몸에 누른빛이 든다 여문 봉숭아씨방 터져 흩어지듯 뿔뿔이 나는 새떼를 황토 뭉개진 듯 붉은 하늘이 삼킨다 대추열매에 붉은빛 돋고 울안 저녁 푸른빛 속에서 늙은 은행나무는 샛노란 황금비늘을 떨군다 쇠죽가마에 괸 가을비는 푸른빛 머금은 채 찰랑찰랑 투명한데 그 위에 가랑잎들 떠 있다 몸 뉘일 위도에 완연한 가을이구나 어두워진 뒤 오래 불 없이 앉아 앞산 쳐다보다가 달의 조도(照度)를 조금 더 올리고 풀벌레의 볼륨은 키운다 복사뼈 위 살가죽이 자꾸 마른다 가을이 저 몸의 안쪽으로 깊어지나 보다 상사화와 우주론 / 박남준 크고 높고 화려한 것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의 조화로움에 다 쓰임이 있는 것이다 태양과 행성과 거기 위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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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선운사에서,,,!삶 2018. 10. 3. 04:10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 상사화 보러 다녀왔습니다 좀 늦어서 도솔천에는 다 지고,,,, 일주문과 공원에는 만개하여 즐겨봅니다 폭설이 내리던 날과 오늘,,,! 조금 시간이 지나면 펼쳐질 단풍이 기대됩니다 겨울날의 추억들,,, 아름다운 사찰, 선운사,,,! 경내를 한바퀴 돌아 봅니다 설악산에 가려고 자다깨다 일어났습니다 동행님이 힘들어 하셔서 행선지를 바꾸었습니다 기다리면서 지난 선운사의 추억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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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에 가족나들이 추천,,,!삶 2018. 9. 22. 14:14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백양사의 말사이다. 1909년에 쓴 〈불갑사창설유서 佛甲寺創設由緖〉에 의하면 384년(침류왕 1)에 마라난타가 창건했고, 805년(애장왕 5)에 중창했으며 그뒤에도 여러 차례의 중창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 각진국사가 머물면서부터 크게 번창했는데 당시에 머물던 승려는 수백 명에 이르렀고, 사전도 10리에 달했다고 한다.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을 1680년에 중건한 뒤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 당우로는 대웅전·팔상전·칠성각·일광당·명부전·요사채 등이 있다. 이밖에 각진국사비(1359)와 여러 점의 부도가 있고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거상인 사천왕상이 있다. 불갑사대웅전 보물 제830호. 앞면 3칸, 옆면 3칸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잡석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