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 나호열

농돌이 2020. 9. 25. 05:43

꽃이 피었다 / 나호열

 

바라보면

기쁘고도 슬픈 꽃이 있다

 

아직 피어나지 않아 이름조차 없는 꽃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덮어버리는

한 잎의 향기와 빛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향일성 向日性의

시간의 촛대 위에 담쟁이 넝쿨 같은 촛불을 당기는 일

내 앞에서 너울대는 춤추는 얼굴

그 그림자를 오래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

기쁘고

 

또 슬프고

 

슬픔이 터져 혼자서 슬픈사람은 울 곳이 마땅치 않다

지천에 깔린 꽃들은 슬픔을 알고 있다

 

가을 선운사에서는 세상의 많은 말들이 부질없다

영혼의 씨앗이 뿌려져 꽃 피운 상사화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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