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14

연꽃을 바라보며,,,,

마음의 절 / 김재진 마음이 먼저 가 절을 만나다 더러는 만남보다 먼저 이별이 오고 더러는 삶보다 먼저 죽음이 온다 설령 우리가 다음 생에서 만난다 한들 만나서 숲이 되거나 물이 되어 흘러간들 무엇하랴 절은 꽃 아래 그늘을 길러 어둠을 맞고 문 열린 대웅전은 빈 배 같아라 왔어도 머물지 못해 지나가는 바람은 이맘때 내가 버린 슬픔 같은데 더러는 기쁨보다 슬픔이 먼저 오고 더러는 용사보다 상실이 먼저 오니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한 생은 눈물같아라 부러짐에 대하여/정호승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사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

2016.07.25

아름다운 추락 / 이정하

아름다운 추락 / 이정하 저 나뭇잎 떨어지고야 말리라. 기어이 떨어지고야 말리라. 뒤에 올 누군가를 향하여 기어이 자리를 비켜주는 저 나뭇잎은 슬프지 않네. 남아 있는 이를 위해 미련없이 자신의 한 몸 떨구는, 떨어지는 순간에도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저 나뭇잎의 아름다운 추락을 보면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만 매달려온 내가 부끄러웠다. 떠나지 못하고 서성겨온 나의 집착 억지만 부려 그대 마음 아프게 한 내가 부끄러웠다.

2015.06.26

철쭉(까닭-정호승)

까닭 - 정호승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 빗자루로 눈길을 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도 없이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고이 남기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도 쓸쓸히 노래 한 소절로 태어나서 밤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별을 바라보는 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201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