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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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바라보며,,,,삶 2016. 7. 25. 21:35
마음의 절 / 김재진 마음이 먼저 가 절을 만나다 더러는 만남보다 먼저 이별이 오고 더러는 삶보다 먼저 죽음이 온다 설령 우리가 다음 생에서 만난다 한들 만나서 숲이 되거나 물이 되어 흘러간들 무엇하랴 절은 꽃 아래 그늘을 길러 어둠을 맞고 문 열린 대웅전은 빈 배 같아라 왔어도 머물지 못해 지나가는 바람은 이맘때 내가 버린 슬픔 같은데 더러는 기쁨보다 슬픔이 먼저 오고 더러는 용사보다 상실이 먼저 오니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한 생은 눈물같아라 부러짐에 대하여/정호승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사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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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까닭-정호승)산 2014. 4. 29. 21:24
까닭 - 정호승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 빗자루로 눈길을 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도 없이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고이 남기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도 쓸쓸히 노래 한 소절로 태어나서 밤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별을 바라보는 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