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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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시 모음삶 2015. 4. 7. 18:28
비가 내리는 저녁에 꽃들의 향연을 즐겼습니다 저는 비맞은 꽃을 좋아합니다 정연복 시인의 꽃에 관한 시를 올려봅니다 벚꽃의 열반 / 정연복 꽤나 오래 심술궂던 꽃샘추위의 눈물인가 미안한 듯 서러운 듯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 속에 이제야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총총 떠나는 아기 손톱 같은 벚꽃들 한 잎 두 잎 보도(步道)에 몸을 뉘여 오가는 이들의 황홀한 꽃길이나 되어 주며 말없이 점점이 열반(涅槃)에 들어 세상 한 모퉁이 환히 밝히고 있다. 행여 그 꽃잎 밟을까봐 조심조심 걸었네 부러워라 부러워라 뭇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서도 가만히 웃는 저 작고 여린 것들의 순결한 마침표 진달래 / 정연복 삼월의 마지막 날 으스름 저녁 꽃샘추위 아직도 매서운데 야트막해도 곳곳에 바위들이 카펫처럼 깔린 투박한 길을 따라 아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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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향해 피는 꽃 -박남준-삶 2014. 4. 4. 18:56
당신을 향해 피는 꽃 / 박남준 능소화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시 나는 능소화, 하고 불러본다 두 눈에 가물거리며 어떤 여자가 불려 나온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니 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여자가 나타났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어 나무에, 돌담에 몸 기대어 등을 내거는 꽃 능소화꽃을 보면 항상 떠올랐다 곱고 화사한 얼굴 어느 깊은 그늘에 처연한 숙명 같은 것이 그녀의 삶을 옥죄고 있을 것이란 생각 마음속에 일고는 했다 어린 날 기억 속에 능소화꽃은 언제나 높은 가죽나무에 올라가 있었다 연분처럼 능소화꽃은 가죽나무와 잘 어울렸다 내 그리움은 이렇게 외줄기 수직으로 곧게 선 나무여야 한다고 그러다가 아예 돌처럼 굳어가고 말겠다고 쌓아올린 돌담에 기대어 당신을 향해 키발을 딛고 이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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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첫 아침을 열면서!산 2014. 4. 1. 06:59
맑은 꽃 - 김 여정 - 눈물보다 더 맑은 꽃이 있을까 4월은 꽃이 많은 계절 4월은 눈물이 많은 계절 맑은 꽃 속의 샘물에 뜨는 별 예사로이 보면 안 보이는 별 별이 안 보이는 눈에는 눈물이 없지 사람들은 꽃만 보고 눈물은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샘물만 보고 별은 보지 않는다 광장에는 꽃의 분수 4월의 눈물이 솟는데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_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저의 조그만 공간을 방문하시는 아름다운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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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벚꽃의 그리움으로-김영남-산 2014. 3. 27. 23:26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 - 벚꽃 소리 없이 피어 몸이 몹시 시끄러운 이런 봄날에는 문 닫아걸고 아침도 안 먹고 누워있겠네 한 그리움이 더 큰 그리움을 낳게 되고... 그런 그리움을 누워서 낳아보고 앉아서 낳아보다가 마침내는 울어버리겠네 소식 끊어진 H을 생각하며 그러다가 오늘의 그리움을 어제의 그리움으로 바꾸어보고 어제의 그리움을 땅이 일어나도록 꺼내겠네 저 벚꽃처럼 아름답게 꺼낼 수 없다면 머리를 쥐어뜯어 꽃잎처럼 바람에 흩뿌리겠네 뿌리다가 창가로 보내겠네 꽃이 소리 없이 사라질까 봐 세상이 몹시 성가신 이런 봄날에는 냉장고라도 보듬고 난 그녀에게 편지를 쓰겠네 저 벚나무의 그리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