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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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기형도삶 2021. 4. 13. 21:17
봄날은 간다 /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 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 패 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 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 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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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신부 / 이향아삶 2020. 4. 4. 21:54
아름다운 신부 / 이향아 신부여, 봄 햇살로 짜올린 비단길을 걸어서 오늘은 한 마리 백공작으로 깃을 펴도 좋다 어느 궁성의 장미원인가 향기로운 예감 풍금 켜며 네 곁에 천천히 다가오고 먼 강물 위를 흘러가던 구름도 공손히 허리 굽혀 인사를 하는 오늘 그대는 신부 바람이 지난 밤의 파도 높은 뉴스를 몰고 올지라도 지금 땅 위에서 가장 영롱한 소식은 그대 하늘 아래 가장 충만한 꽃은 그대다 그대가 있어 오늘은 세상이 이리도 눈부시다 오늘은 스스로 격리생활을 합니다 집 주변을 걷고, 꽃을 보며 보냈습니다 많은 이들이 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봄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음속에 봄꽃 한송이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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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벚꽃 즐기기,,,!삶 2017. 4. 15. 03:30
우리는 / 이지현 그대는 봄이고 나는 꽃이야 그러니 무심천 벚꽃이 눈 밖에 있지 나는 봄이고 그대는 꽃이야 그래서 내 눈 속이 온통 그대지 우리는 꽃밭이고 우리는 봄이야 스스로 울타리에 몸을 걸었습니다 봄밤 / 정호승 부활절 날 밤 겸손히 무릎을 꿇고 사람의 발보다 개미의 발을 씻긴다 연탄재가 버려진 달빛 아래 저 골목길 개미가 걸어간 길이 사람이 걸어간 길보다 더 아름답다 잠든 새벽, 길을 떠납니다 갈급할 봄소식이 없어도 무엇이 기대되어 몸을 실어봅니다 오늘도,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을 걷다 보면 사랑하는 힘을 얻고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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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봄!삶 2017. 1. 12. 21:07
우리는 현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과거도 미래도 우리는 만질 수 없어요, 과거는 이미 벌어졌고 미래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현재는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야말로 우리가 관련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에요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 세상에서 돌아와 책상에 앉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말, 돈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정하거나, 폄하하거나, 부자를 욕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세상이 희망적인 곳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과제이고,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권력과 돈이 종교가 된 사회적 순위를 교체해야 합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이어야 하니까,,,! 벚꽃 피는 봄에는 새로운 세상, 사람이 사람으로 동행하는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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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람이 되게 하소서 /메리 슈트어트삶 2017. 1. 4. 22:37
진보는 거창한 정치적 방식으로 오지 않습니다 진보를 부르는 변화는 개인의 마음에서 옵니다 ---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국민이다 국민이 피페해지도록 버려둔다면 아무리 큰돈도 그 나라의 파멸을 막을 수 없다 --웬델 베리 ,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중에서 -- 큰 사람이 되게 하소서 /메리 슈트어트 오! 하나님 모든 하찮은 것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소서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우리가 큰사람이 되게 하소서 남을 흠잡는 일을 그만두게 하소서 모든 이기심을 말끔히 떨쳐버리게 하소서 모든 겉치레를 벗어버리고 자기 연민과 편견 없이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게 하소서 남을 판단하는 일에 절대로 성급하지 않고 항상 관대하게 하소서 매사에 시간의 공을 들이게 하시며 늘 차분하고 평온하며 온유하게 하소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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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삶 2015. 4. 8. 16:31
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 社稷公園(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비 내리는 날,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