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향해 피는 꽃 -박남준-

농돌이 2014. 4. 4. 18:56

당신을 향해 피는 꽃 /  박남준

 

능소화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시 나는 능소화, 하고 불러본다

두 눈에 가물거리며 어떤 여자가 불려 나온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니 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여자가 나타났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어 나무에, 돌담에

몸 기대어 등을 내거는 꽃

능소화꽃을 보면 항상 떠올랐다

곱고 화사한 얼굴 어느 깊은 그늘에

처연한 숙명 같은 것이 그녀의 삶을

옥죄고 있을 것이란 생각

마음속에 일고는 했다

 

어린 날 기억 속에 능소화꽃은 언제나

높은 가죽나무에 올라가 있었다

연분처럼 능소화꽃은 가죽나무와 잘 어울렸다

내 그리움은 이렇게 외줄기 수직으로 곧게 선 나무여야 한다고

그러다가  아예 돌처럼 굳어가고 말겠다고

쌓아올린 돌담에 기대어 당신을 향해 키발을 딛고

이다지 꽃 피어 있노라고

굽이굽이 이렇게 흘러왔다

한 꽃이 진 자리 또 한 꽃이 피어난다  

 

 

 

 

날씨가 무척이나 춥습니다

행복한 불금되세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은 갔네-박남준  (0) 2014.04.05
벚꽃 -이외수  (0) 2014.04.04
봄 밤!(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이정하 시인)  (0) 2014.04.03
햇볕 좋았던 날에  (0) 2014.04.03
벚꽃잎이-이향아 -  (2) 20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