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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갔네-박남준
    2014. 4. 5. 08:57

    봄날은 갔네 /  박남준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또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십리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

    벚꽃이 피어 꽃 사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나는 꽃들

    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가

    이승을 건넌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

    꽃길을 걸으며 중얼거려본다

    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 대궐이라더니

    사람들과 뽕짝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

    쩔그럭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뻔데기와

    동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

    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

    간밤을 설랬을 것이다

    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연둣빛 왕버드나무 머리 감는 섬진강

    잔물결마저 눈부시구나

    언젠가 이 강가에 나와 하염없던 날이 있었다

    흰빛과 분홍빛 붉고 노란 봄날

    잔인하구나

    누가 나를 부르기나 하는 것이냐 

     

     

     

     

     

     

     

    봄 밤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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