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벚꽃의 그리움으로-김영남-

농돌이 2014. 3. 27. 23:26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 -

 


벚꽃 소리 없이 피어

몸이 몹시 시끄러운 이런 봄날에는

문 닫아걸고 아침도 안 먹고 누워있겠네

 

한 그리움이 더 큰 그리움을 낳게 되고...

그런 그리움을 누워서 낳아보고 앉아서 낳아보다가

마침내는 울어버리겠네 소식 끊어진 H을 생각하며

그러다가 오늘의 그리움을 어제의 그리움으로 바꾸어보고

어제의 그리움을 땅이 일어나도록 꺼내겠네 저 벚꽃처럼

 

아름답게 꺼낼 수 없다면

머리를 쥐어뜯어 꽃잎처럼 바람에 흩뿌리겠네

뿌리다가 창가로 보내겠네

 

꽃이 소리 없이 사라질까 봐

세상이 몹시 성가신 이런 봄날에는

냉장고라도 보듬고 난 그녀에게 편지를 쓰겠네

저 벚나무의 그리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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