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72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봉오리를 열어 자신이 봄이 되려고 하는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당신이 계셔서 힘이 되고' 당신이 계셔서 위로가 되고, 당신이 주시는 사랑으로 행복했습니다 어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2023.02.12

꽃의 선언/ 류시화

꽃의 선언/ 류시화 모든 꽃은 발끝으로 선다 다른 꽃보다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옷자락 잡아당기는 어둠보다 높이 서기 위해 무채색의 세상에 자기 가슴 물들인 색으로 저항하기 위해 꽃으로 핀다는 것은 톱니 모양 잎사귀의 손을 뻗어 불확실한 운명 너머로 생을 던지는 자기 혁명 같은 것 모든 꽃은 발끝으로 선다 마음 자락 끌어내리는 절망보다 높이 서기 위해 다른 꽃들 향해 얼굴 들고 자기 선언을 하기 위해 ​ 꽃을 따라 걷고, 걷다가 저녁, 빛이 드는대로 다시 걸었던 기억들,,,, 꽃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시간이, 저녁 무렵이고 동행한 이들도 익어가는 삶의 시계 결국은 함께 가는 것,,,,!

2022.09.07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버릴 수 있다면 / 류시화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버릴 수 있다면 / 류시화 누가 말했었다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러면 고통도 그리움도 추억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꽃들은 왜 빨리 피었다가 지는 가 흰구름은 왜 빨리 모였다가 빨리 흩어져 가는 가... 미소지으며 다가 왔다가 너무도 빨리 내 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들.... 들꽃들은 왜 한적한 곳에서 그리도 빨리 피었다가 지는 것인가 강물은 왜 작은 돌들 위로 물살져 흘러 내리고 마음은 왜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가... 산책길에서,,,,

2021.07.18

9월의 이틀 / 류시화

9월의 이틀 / 류시화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까지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2020.08.31

​ 깨달음의 길 / ​ 법정(法頂) 스님 ​ 깨달음에 이르는 데는 오직 두 길이 있다. 하나는 지혜(智慧)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자비(慈悲)의 길이다. 하나는 자기 자신(自己自身)을 속속들이 지켜보면서 삶을 매 순간 개선(改善) 하고 심화(深化) 시켜 가는 명상(瞑想)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實踐)이다. ​ 이 지혜(智慧)와 자비(慈悲)의 길을 통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지녀 온 불성(佛性)과 영성(靈性)의 씨앗이 맑고 향기롭게 꽃 피어난다. ​ 본래 청정(淸淨) 한 우리 마음을 명상(瞑想)과 나눔으로 맑혀야 한다. 사랑이 우리 가슴속에 싹트는 순간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이것이 진정한 탄생(誕生)이고 부활(復活)이다. ​ 세상(世上)이란 무엇인가? 바로 우리의 얼굴이..

2020.03.30

홍주고에 오랜 목련이 핍니다

목련/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삶이라는 과제, 잘 살아야 한다는 이정표,,,! 다시 맞이하는 봄, 어쩌면 아무것도 소망하지 않고, 그저 건장하기를 바라..

2020.03.28

그대와 함께 있으면 / 류시화

그대와 함께 있으면 / 류시화 ​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나는 너무나도 행복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나는 내 마음 속의 모든 생각을 그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 그러나 어느 땐 아무말 하지 않아도 마치 내 마음을 털어 놓은 듯한 느낌을 갖습니다 항상 나를 이해하는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나는 너무나도 편안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 나는 사소한 일 조차 속일 필요없고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나는 세상을 두려워 하지않는 자신감을 갖습니다 ​ 나는 사랑으로 그대에게 의지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대는 내게 특별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어디도 갈 수 없는 하루, 그래도 감사합니다 가게 간판이나 ..

2020.02.22

여행자를 위한 서시 / 류시화

여행자를 위한 서시 /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아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

2020.01.25

첫사랑 /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 류시화, 「첫사랑」- 오늘처럼 꾸리꾸리한 저녁에는, 혹시 소주 한 병 하고 싶다

2020.01.23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것들 / 류시화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것들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 하니 삶에서 잃은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 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며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여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 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를 모른다면 허기를 채울수도 없듯이, 삶에서도, 내가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정확히 알..

201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