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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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류시화삶 2020. 1. 23. 07:20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 류시화, 「첫사랑」- 오늘처럼 꾸리꾸리한 저녁에는, 혹시 소주 한 병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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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것들 / 류시화삶 2019. 12. 17. 08:41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것들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 하니 삶에서 잃은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 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며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여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 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를 모른다면 허기를 채울수도 없듯이, 삶에서도, 내가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정확히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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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류시화산 2019. 10. 30. 15:47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습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습니다. 내 집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습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대승령 찬바람이 좋다 가슴 속까지 뻥뚫리는 시원함이 좋다 벌거벗은 나목을 금년에도 찿는다 1년,,,, 지난 태풍에도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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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죽도 트래킹,,,!(2)삶 2019. 6. 30. 13:35
오랜 시간을 전해지는 신화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소한 나의 이야기를 오늘도 적어 봅니다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전망대에 오릅니다 요기에 오르면 백로 등 철새들이 사는 섬이 조망됩니다 망원을 가지고 왔는데 거리가 좀 ㅠㅠ 전망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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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산 2019. 2. 25. 17:16
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불붙은 옥수수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는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힌디어에 '킬레가 또 데켕게'라는 격언이 있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When it flowers, we will see).'라는 뜻이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이 자연히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내는 단지 기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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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지의 겨울,,,!삶 2018. 12. 6. 17:59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어둠이 내린다 오늘은 남쪽 제주도에서 친구가 보낸 감귤이 왔다 새콤한 느낌에 침이 고인다 친구가 내 마음을 아는건가,,,,? 마음에 그리는 그림을 그리움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그리워 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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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 활짝 핀 황매산 산행,,,!산 2018. 10. 15. 21:25
억새풀 / 도종환 당신이 떠나실 때 내 가슴을 덮었던 저녁 하늘 당신이 떠나신 뒤 내 가슴에 쌓이는 흙 한 삽 떠나간 마음들은 이런 저녁 어디에 깃듭니까 떠도는 넋처럼 가~으내 자늑자늑 흔들리는 억새풀 0, 산행 일시 : 2018.10.13 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 0, 산행 경로 : 영화주제공원~신등산로~황매산(1,108m)~삼봉전망대~황매평전~베틀봉~ 영화주제공원 0, 기온 : 아침 일찍은 바람도 있고 쌀쌀합니다 0, 억새풀 개화 상태 : 다음주 만개 예상 산청주차장에서 황매산성으로 오릅니다 산청읍내는 운무로 가득 메웠고,,,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이 조망됩니다 아침 햇살에 억새풀이 힌 눈처럼 빛납니다 봄이면 진분홍으로 가득했던 철쭉길이 억새풀로 가득합니다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 오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