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65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날 저물도록 몰랐네.. 이 시간쯤이면, 나는 얼마나 많은 가을을 ..

2023.08.19

박노해 /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박노해 /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오늘은 사랑 하나로 눈부신 날 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검푸른 우주 어느 먼 곳에서 그대와 내 별의 입맞춤이 있어 떨리는 그 별빛 이제 여기 도착해 사랑의 입맞춤으로 환히 빛나니 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오늘은 사랑 하나로 충분한 날 우리 오늘처럼만 걸어가자 바람 부는 길 위에서 그대와 나 작은 씨알처럼 가난할지라도 가슴에 새긴 입맞춤 하나로 함께 가는 걸음마다 꽃을 피우리니 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오늘은 사랑 하나로 감사한 날 우리 오늘처럼만 바라보자 태양이 하루도 쉬지 않고 비추이듯 좋은 날도 힘든 날도 함께 앞을 바라보며 세상의 아프고 힘든 또 다른 나에게 이 한 생이 다하도록 끝이 없는 사랑으로 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이 한 생이 다하도록 끝이 없는 사랑으로 우리..

2022.11.04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 버린 것은 네가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보일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때는 가만히 네 마음이 가장 깊은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숲에 들으면 새로운 느낌이지만, 편안한 느낌이 있습니다 가을 산에서는 시간의 소중함을 배웁니다 아무도 기다려 주지않고, 모두에게 공정하게 주어지는 시간,,,, 매 순간 소중한 것을 이조 살아가다가, 훅 깨는 시간,,,, 가을 입니다

2022.10.29

단풍 /김종길

단풍 /김종길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작년 이맘때 오른 산마루 옛 城터 바위 모서리, 작년처럼 단풍은 붉고, 작년처럼 가을 들판은 저물어간다.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작년에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던 물음. 자꾸만 세상은 저무는 가을 들판으로 눈앞에 떠오르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는 동안 덧없이 세월만 흘러가고, 어이없이 나이만 먹어가건만, 아직도 사위어가는 불씨 같은 성화는 남아 까닭없이 치미는 울화 같은 것. 아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저무는 산마루 바위 모서리, 또 한 해 불붙는 단풍을 본다. 서산 개심사에도 단풍이 내려 앉습니다 옷장에 가득한 옛날 옷들을 못버리듯이 가득히 보관 중인 많은 생각들을 버리십시요 그리곤, 훌쩍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행복한 월요일 여십시요

2022.10.24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유진하

나의 꽃/ 한상경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에 이미 피어 있기 때문이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유진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 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점 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 창가에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을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 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백예순다섯 통의 편지 책상 ..

2020.11.23

11월에 읽는 시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時祭 지내려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對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 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 가을 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2020.11.02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치지 않을 때 섭섭한 마음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번이나 세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

2020.10.11

너에게 / 정호승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참 감사합드립니다

2018.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