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29

겨울, 바람이 머무는 곳 / 고은영

겨울, 바람이 머무는 곳 / 고은영 어둠의 눈길을 서성대며 밤의 끝없는 미궁을 헤매겠지 거리에 정렬되어 깜박이는 가로등 밑이거나 후미진 골목 기분 나쁜 어둠에서 잊혀간 사랑을 부르거나 서캐처럼 쌓이는 눈송이를 맞으며 혹여 오는 시간에 희망을 걸고 주머니 가득 쓸쓸함을 털어내다 어깨를 움츠릴지도 몰라 피상적인 욕구와 현실적 불가항력에 소스라치는 네 의식 밑바닥으로부터 어쩌면 사무치게 그리운 사랑의 얼굴을 기억해 내고 강등되어 초라해진 골수에 뼈저린 비수처럼 날카로운 기억에 베인 가슴 취기 오르는 추위를 조금씩 마시며 살아 있는 동안 점 하나로 다가서 소멸되어 흔적 없이 사라질 존재 위에 서러운 시간을 부정하고픈 굽은 등으로 짐짓 당당해지려고 밤새워 표독한 울음으로 징징거리는지도 모를 일이지

2021.01.26

나무 / 이외수

나무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눈을 기다리며 묵은 사진을 올립니다 ㅎㅎ

2020.12.23

눈꽃보러 떠난 덕유산 산행,,,!

0, 산행 일시 : 2017.12.30 0, 동행 : 삼실 가족들과 송년 산행 0, 산행 경로 : 안성통제소 - 동업령 - 송계삼거리 - 중봉-향적봉-설천봉 -곤도라 하산 동업령 가까이 가니 눈꽃이 보입니다 돌아가지 못한 가을은 눈꽃으로 피어났습니다 날씨가 푹해서 여기저기서 눈이 떨어집니다 눈꽃은 틀린 것 같습니다 동업령의 찬란한 눈꽃,,,! 무룡산을 넘어 사갓재, 남덕유, 육십령으로 가는 길,,,! 함께 걸었던 분들과의 많은 추억이 스쳐갑니다 나리꽃 필 무렵에 다시 와야지,,, 멀리 송계삼거리 방향의 능선이 보입니다 눈 구경하는 사이 일행들이 가버렵습니다 길을 나섭니다 나무에 얼었던 눈이 떨어집니다 ㅠㅠㅠ 멋진 능선길에 서서 찬공기를 가슴 터지도록 들여마시고,,, 지난 일들을 토해 버립니다 어차피 인간..

2018.01.06

당신이 첫눈으로 오시면 / 박남준

당신이 첫눈으로 오시면 / 박남준 당신이 첫눈으로 오시면 나는 손톱 끝에 봉숭아 꽃물 들이고서 첫눈 오시는 날 당신의 떠나가던 멀어가던 발자욱 하얀 눈길 에는 먼 기다림이 남아 노을 노을 졌습니다 붉게 타던 봉숭아 꽃물 손톱 끝에 매달려 이렇게 이렇게도 가물거리는데 당신 이 내게 오시며 새겨놓을 하얀 눈길 위 발자욱 어디쯤이어요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첫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박남준 시집 중에서... 봄이 와도 꽃이 전부 피지는 않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매일 달이 밝거나, 별이 모두 보이지는 않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나는 늘 맛있는 것을 찿습니다 삶에 중대한 결핍입니다 친구는 변산바람꽃 사진을 보냈습니다 봄의 순갑입니다 햇볕에 스스로 영롱한 순간에 지는 눈꽃을 기억하렵니다

2017.02.20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 용 혜 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 용 혜 원 삶이란 바다에 잔잔한 파도가 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 낭만이 흐르고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서로의 눈빛을 통하며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고 흐르는 계절을 따라 사랑의 거리를 함께 정답게 걸으며 하고픈 이야기를 정답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에 살아 신발을 나란힌 함께 놓을 수 있으며 마주 바라보며 식사를 함께 할 수 있고 잠자리를 함게 하며 편안히 눕고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를 소유할 수 있으며 서로가 원하는 것을 나눌 수 있으며 함께 굼을 이루어 가며 기쁨과 웃음과 사랑이 충만하다는 것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삶의 울타리 안에 평안함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삶이란 들판에 거세지 ..

2017.02.03

행복한 글!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늘 소유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소유를 당하는 것이며,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행복은 지극히 작고 사소한 것에서 찿아온다 아주 작은 생명을 보면서도 변화하는 세계가 있읆을 알 수 있다 산은 내 개인의 소유가 아니기에 때문에 마음 놓고 바라볼 수 있고, 내 뜰처럼 즐길 수 있다 만물은 서로 의존하는 데에서 그 존재와 본성을 얻는 것이지 그 자체로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 어느 책에서 -- 행복한 저녁되세요

2016.05.13

겨울 덕유산, 안녕!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 봄을 위하여/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봄이 오는 소리 /최원정 가지마다 봄기운이 앉았습니다. 아직은 그 가지에서 어느 꽃이 머물다 갈까 짐작만 할 뿐 햇살 돋으면 어떻게 웃고 있을지 빗방울 머금으면 어떻게 울고 있을지 얼마나 머물..

2016.03.08

설산에서 즐기는 여백!

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꽃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부산 갈맷길에서 본 동백입니다 봄은 겨울속에서도 옵니다 바위에 나무가 꽃이 되었습니다 누구는 꽃이 되고, 그림이 되고,,,, 대피소도 인파가 가득합니다 여백 / 도종환 ​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201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