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그렇지 않다 / 김광규 굳어 버린 껍질을 뚫고 따끔따끔 나뭇잎들 돋아나고 진달래꽃 피어나는 아픔 성난 함성이 되어 땅을 흔들던 날 앞장서서 달려가던 그는 적선동에서 쓰러졌다 도시락과 사전이 불룩한 책가방을 옆에 낀 채 그 환한 웃음과 싱그러운 몸짓 빼앗기고 아스팔트에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스무 살의 젊은 나이로 그는 헛되이 사라지고 말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물러가라 외치던 그날부터 그는 영원히 젊은 사자가 되어 본관 앞 잔디밭에서 사납게 울부짖고 분수가 되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살아남은 동기생들이 멋쩍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와서 결혼하고 자식 낳고 어느새 중년의 월급쟁이가 된 오늘도 그는 늙지 않는 대학 초년생으로 남아 부지런히 강의를 듣고 진지한 토론에 열중하고 날렵하게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