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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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유진하삶 2020. 11. 23. 04:09
나의 꽃/ 한상경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에 이미 피어 있기 때문이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유진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 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점 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 창가에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을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 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백예순다섯 통의 편지 책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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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홀로 아름답지 않다 /송정숙(宋淑)삶 2020. 10. 24. 11:00
가을은 홀로 아름답지 않다 /송정숙(宋淑) 가을은 일상적인 하루를 멋지게 만들어 준다. 거리를 걷고 싶고 창가에서 차를 마시고 싶고 떠나고 싶고 잊혀졌던 사람이 그립다. 가을은 일상적인 하루를 멋지게 만들어 준다. 책 한 권이라도 읽어야 될 것 같고 미웠던 마음도 사라지고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곁에 누군가 두고 싶다. 가을은 그렇게 홀로 아름답지 않고 모두를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천천히 호흡해보면 가을도 느리게 느껴진다 더 느리게 더 느리게 지나가시라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덤처럼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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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는.... / 이해인삶 2020. 9. 13. 10:22
이 가을에는.... / 이해인 이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 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 별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 고통과 번민 속에 지내지 않도록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소서. 우리들 매순간 살아감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말 없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사랑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 만으로도 간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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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낙엽... 최영미삶 2019. 11. 8. 19:05
11월의 낙엽... 최영미 가을비에 젖은 아스팔트. 돌아보면, 떨어질 잎이 하나 남아 있었나. 천둥에 떨고 번개에 갈라진 잎사귀. 심심한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되어주고 종이보다 가벼운 몸으로 더러운 뒷골목을 지키던 너. 허술한 나뭇가지에 목숨을 부지하고 식물의 운명에 순종했던, 상처투성이의 몸에 햇살이 닿으면 촘촘한 세월의 무늬가 드러나지만, 이대로 흔들린다 누군가의 가슴바닥에 훅, 떨어졌으면…… 첫눈이 내려 무거운 눈을 매달고 허공에서 부서지기 전에, 순한 흙에 덮여 잠들었으면…… 낙엽의 비문(碑文)을 읽을 그대는 지금 어디 있는가.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문학동네, 2009) 큰 사랑을 주신 당신께 감사의 말을 전하지 못하였습니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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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판에서삶 2019. 10. 15. 20:40
가을 들판에서 /김점희 가을볕이 좋아 바람 따라 길을 나선다. 초록의 싱싱함만 있어도 좋을 들녘은 잘 익은 가을 내음과 어여쁜 들꽃향기, 또르르또르르 우는 풀벌레 소리가 있어 더욱 정겹다. 중년의 멋스러움으로 익어 가는 벼이삭들은 여유롭고 멋쟁이 백로의 우아한 몸짓에 가을은 한층 아름답다. 오솔길 걷다 투두둑 떨어진 밤송이, 토실토실 알밤 하나 꺼내어 오도독 깨물며 가을을 맛본다. 이 나무 저 나무 떼지어 노닐며 노래하는 참새들의 오페라는 무료공연이요, 넓고 높게 펼쳐진 푸른 하늘 뭉실뭉실 피어나는 하이얀 구름무대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온 산에 단풍교향곡 울려 퍼지면 벅찬 이 감동 어찌 누를까. 그 날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호흡이 가빠온다 매년 가을이면 가는 곳, 황금빛 논과 갈대가 핀 농로가 아름답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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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이 해인 수녀삶 2019. 9. 10. 20:56
가을의 기도/이 해인 수녀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2017년 가을 백양사의 추억입니다 이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