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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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주변을 걷다!삶 2014. 10. 9. 21:06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텃밭의 상추와 김장용 쪽파가 가을 햇볕을 듬뿍 받고 있어요 김장용 배추 들깨를 수확해서 건조시키는 중! 바라만 봐도 배부르다, 그리고 아름답다 멋진 수채화!!! 가을은 언제나 부자가 된다 그리고 아름답다 햇볕의 매직은 계속될 것이다! 몸이든 마음이든 비우면 시원하고 편해진다 반대로 안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병이 납니다 뭐든 비워야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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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에게 / 정호승산 2014. 8. 24. 15:05
잎새에게 / 정호승 하느님도 쓸쓸하시다 하느님도 인간에게 사랑을 바라다가 쓸쓸하시다 오늘의 마지막 열차가 소리없이 지나가는 들녘에 서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지 알 수 없어라 그대는 광한루 돌담길을 홀로 걷다가 많은 것을 잃었으나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나니 미소로서 그대를 통과하던 밝은 햇살과 온몸을 간지럽히던 싸락눈의 정다움을 기억하시라 뿌리째 뒤흔들던 간밤의 폭풍우와 칼을 들고 설치던 병정개미들의 오만함을 용서하시라 우듬지 위로 날마다 감옥을 만들고 감옥이 너무 너르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나니 그대 가슴 위로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오늘 용봉산을 오르는데 나무잎도 가을색으로 변했네요 도토리는 마구 떨어지구요 추석이 지나면 깊은 가을로 달려갈듯 싶습니다 추억이 있는 게절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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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싶었다 -이정하-산 2014. 1. 27. 21:26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싶었다 / 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점 나뭇잎으로 찍혀있고 싶었습니다. 어서오세요, 그대. 비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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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농부이야기 2013. 11. 14. 08:07
계절이 깊어 갑니다 어제는 아버지와 윗분들의 산소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이 가을에 뭐하시나? 궁금하고, 집 안의 대소사도 보고드리고 왔습니다 특별히 군에 있는 아들이 마지막 휴가를 온다는 것과 제대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지만 그 기다림은 길었습니다 신뢰와 사랑도 많이 깊어 진 기간이었구요 오늘! 아들이 집으로 오는 날! 홍성역에 맞으러 가서 힘차게 안아 주려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하렵니다 앞으로의 삶이 더 멋지고, 행복하길 소망해 봅니다 익어가는 가을 -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국방의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많은 아들들에게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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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산 2013. 11. 4. 18:50
은행나무 잎이 지네요 아름답습니다 시 한편 올립니다 늙은 은행나무의 수좌가 되어 천태산 영국사로 늙은 은행나무를 알현하러 갔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예까지 납시었느냐며 사뭇 반기신다 이렇게 무성하게 잎을 피우며 천 년이 넘도록 강건하게 사시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말없이 발아래를 가리키신다 은행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굳이 비결을 말하라면 못 들려 줄 이유도 없지 그저 내 몸이 무겁다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한 잎 두 잎 조금씩이나마 나를 비우는 것뿐이라네 사람들은 내 황금색 잎들이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그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내가 가야 할 길은 당당 멀었지 나를 비우고 또 비워서 마침내 단 하나의 이파리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내가 꿈꾸는 아름다움의 끝 자리에 닿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