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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낙엽... 최영미삶 2019. 11. 8. 19:05
11월의 낙엽... 최영미
가을비에 젖은 아스팔트.
돌아보면,
떨어질 잎이 하나 남아 있었나.
천둥에 떨고 번개에 갈라진 잎사귀.
심심한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되어주고
종이보다 가벼운 몸으로
더러운 뒷골목을 지키던 너.
허술한 나뭇가지에 목숨을 부지하고
식물의 운명에 순종했던,
상처투성이의 몸에 햇살이 닿으면
촘촘한 세월의 무늬가 드러나지만,
이대로 흔들린다
누군가의 가슴바닥에
훅, 떨어졌으면……
첫눈이 내려 무거운 눈을 매달고
허공에서 부서지기 전에,
순한 흙에 덮여 잠들었으면……
낙엽의 비문(碑文)을 읽을
그대는 지금 어디 있는가.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문학동네, 2009)
큰 사랑을 주신 당신께 감사의 말을 전하지 못하였습니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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