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50

상사화

가을 법어(法語) / 장석주 태풍 나비 지나간 뒤 쪽빛 하늘이다 푸새 것들 몸에 누른빛이 든다 여문 봉숭아씨방 터져 흩어지듯 뿔뿔이 나는 새떼를 황토 뭉개진 듯 붉은 하늘이 삼킨다 대추열매에 붉은빛 돋고 울안 저녁 푸른빛 속에서 늙은 은행나무는 샛노란 황금비늘을 떨군다 쇠죽가마에 괸 가을비는 푸른빛 머금은 채 찰랑찰랑 투명한데 그 위에 가랑잎들 떠 있다 몸 뉘일 위도에 완연한 가을이구나 어두워진 뒤 오래 불 없이 앉아 앞산 쳐다보다가 달의 조도(照度)를 조금 더 올리고 풀벌레의 볼륨은 키운다 복사뼈 위 살가죽이 자꾸 마른다 가을이 저 몸의 안쪽으로 깊어지나 보다 상사화와 우주론 / 박남준 크고 높고 화려한 것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의 조화로움에 다 쓰임이 있는 것이다 태양과 행성과 거기 위성이 ..

2019.09.14

바람부는 날, 간월암에 가다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써 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에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死者(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

2019.09.05

선운사 단풍여행,,,!

어느 길로 갈 것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여행의 시작이다 -- 이산하 시인의 글 중에서 --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마음이 흩으러진 날은 선운사가 좋다 일요일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점심이 넘어서 도착한 선운사는 인산인해,,,! 가방에 작은 물병과 커피, 과일 건조한 것을 메고,,, 도솔천으로 잠겼다 가을 낮에 만나는 작은 고요와 햇살이 좋다 숲 사이로 했살이 들어오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각 나무마다 ..

2018.11.11

가을정취 물씬 나는 해미 향교,,,!

〔 해미향교 〕 충청남도 기념물 제117호 ,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오학리 226,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해미향교길 2-13 1407년(태종 7)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다. 숙종 때와 1844년(헌종 10)·1967년에 각각 중수하였다. 경내의 건물로는 대성전·동재(東齋)·서재(西齋)·내삼문(內三門) 등이 있으며, 대성전에는 5성(五聖), 송조4현(宋朝四賢), 우리 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로부터 토지와 전적·노비 등을 지급받아 교관이 교생을 가르쳤으나,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지고 봄·가을에 석전(釋奠)을 봉행하며 초하루·보름에 분향을 하고 있다. 소장전적으로는 판본 16종 81..

너에게 / 정호승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참 감사합드립니다

2018.10.26

내장산 숨은 단풍,,,!

가을처럼 아름답고 싶습니다 / 이채 가을에 오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고 싶습니다 가을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진실한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가을엔 그리움이라 이름하는 것들을 깊은 가슴으로 섬기고 또 섬기며 거룩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싶습니다 오고 가는 인연의 옷깃이 쓸쓸한 바람으로 불어와 가을이 올 때 마다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세월 꽃으로 만나 낙엽으로 헤어지는 이 가을을 걷노라면 경건한 그 빛깔로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그대여! 잘 익으면 이렇듯 아름다운 것이 어디 가을 뿐이겠습니까 그대와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그대와 나의 삶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내장산에 가면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살짝 숨어서 물드는 곳이지요,,,! 조용히 앉아 한적함을 즐기고 왔습니다

2017.11.11

희망에게 / 이해인

희망에게 / 이해인 하얀 눈을 천상의 시(詩)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깎아먹는 한 조각 무우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 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日常)에 새 옷을 입혀 줍니다 남이 내게 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청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단식이 힘들까? 고민이 힘들까? 아님 가을에 낙옆지는 나무..

2017.11.09

가을 선운사의 추억,,,!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이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난 간다. 지난 상사화 필 무렵에 선운사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가는 일상이지만, 가을을 만납니다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

2017.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