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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고 온 것들 / 황지우
    2020. 5. 7. 21:25

     

    두고 온 것들 / 황지우

     

    반갑게 악수하고 마주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빈말들한테 미안해,

    창문을 좀 열어두려고 일어난다.

     

    신이문역으로 전철이 들어오고,

    그도 눈치챘으리라,

     

    또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그가 돌아간 뒤

    방금 들은 식당이름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나에게서 지워진 사람들, 주소도 안 떠오르는 거리들, 약속 장소와 날짜들,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 지켰어야만 했던 것들과 갚아야 할 것들;

    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세상에다가 그냥 두고 왔을꼬!

     

    좀더 곁에 있어줬어야 할 사람,

    이별을 깨끗하게 못해준 사람,

    아니라고 하지만 뭔가 기대를 했을 사람을

    그냥 두고 온

    거기, 訃告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제주 風蘭 한점 배달시키랴?

     

     

     

     

    겉과 속이
    하루에도 수 십 번 변하는 사람들이
    그대 무등산을 우러르며
    목구멍까지 차오른 숨으로
    그대 품에 안기려는 것은

    그대 변치 않은
    내공의 기를 내림굿으로 받아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그대 높이만큼
    그대 낮이 만큼
    그대의 무게로
    이 세상이 버티고 싶어서이니....

     

     --- 나천수님의 글에서 --

    겨울산 /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일도, 삶도 많은 연습을 합니다

    서툴러도 된다는 것을 알지만,,,

     

    젊은 날이 그립습니다

    내 안에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까닭입니다

     

    햇살이 참 맑았습니다, 

    이날

    가끔 가슴이 데워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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