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의 새벽 / 박노해산 2020. 5. 1. 21:43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줏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 박노해 시집,[노동의 새벽]에서높낮이가 있어야 산이고,
굴곡이 있어야 강이랍니다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낍니다
3월 10일 근로자의 날에서 5월 1일 노동절로,,,
더 바르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전진하기를 소망합니다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고 온 것들 / 황지우 (18) 2020.05.07 개심사 청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27) 2020.05.03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때/ 최두석 (24) 2020.04.27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 김시천 (16) 2020.04.27 새로운 길 / 윤동주 (25) 2020.04.25